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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전설 이승훈 "9년만에 메달이라니…그렇게 못 땄나 싶네요"


이승훈은 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승훈은 지난 16일 노르웨이 하마르에서 열린 2025 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7분59초52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년 2월 세계선수권대회 이 종목 금메달을 땄던 이승훈은 9년 1개월 만에 세계선수권 시상대에 다시 올랐다.
이승훈은 "그냥 계속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는데, 아무튼 오랜만에 메달을 따게 돼 대단히 기쁘다"면서도 "사실 성적엔 크게 연연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9년 만에 메달을 다시 땄다는 사실을 한 번 더 알게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예전처럼 항상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높은 목표는 없어졌지만, 나름대로 작은 목표들은 계속 있다. 그게 동기부여가 된다"며 "이젠 내게 스케이트는 겨울에 즐기는 스포츠가 된 것 같다"고 달관한 표정을 지었다.
세계선수권 메달을 예상한 건 아니라는 이승훈은 "매스스타트는 막판에 선두권에만 있으면 충분히 (앞으로)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항상 한다"며 "이번엔 생각한 대로 다 결과로 이어졌을 뿐"이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1988년생으로 노장 중의 노장인 이승훈은 올 시즌 회춘한 듯한 경기력으로 굵직한 대회에서 성과를 냈다.
지난달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 팀 추월 은메달을 목에 걸어 역대 한국 선수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리스트(금메달 7개·은메달 2개)로 우뚝 섰다.
2월 말 폴란드에서 열린 ISU 월드컵 5차 대회 남자 매스스타트에선 7년 만에 우승하더니,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승훈은 "아시안게임 은메달은 아홉번 째 메달이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고 영광스럽다. 매스스타트에서 다시 1등을 하면서 더 큰 자신감을 얻었고, 세계선수권이라는 중요한 대회에서 올림픽을 앞두고 좋게 마무리해서 기쁘다"고 각 메달에 담긴 의미를 짚었다.
이승훈은 경기력이 향상된 건 전혀 없다고 했다.
"어린 시절에 비하면 당연히 기량은 쇠퇴하고 있다"는 이승훈은 "어렸을 때 너무 많은 훈련을 했는지, 이젠 경험이 워낙 많이 쌓인 건지, 그런 부분에서 아직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 같다"며 국제 대회에서도 여전히 시상대에 오르는 비결을 설명했다.
이승훈은 자신에게 따라붙는 '노익장'이라는 표현이 심리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느꼈다.
그는 "당연히 잘해야 할 나이엔 조금만 못해도, 나는 잘했다고 생각해도 부진이라는 소리를 들었다"며 "지금은 조금만 잘해도 더 칭찬받는 느낌이라서 훨씬 좋다"고 활짝 웃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까지는 이제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이승훈은 "올림픽은 늘 기대하게 된다. 메달을 따고 싶다"며 "오랜만에 (월드컵에서) 금메달도 따면서 큰 자신감을 갖고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름엔 스케이트 대신 사이클, 웨이트 트레이닝, 골프 등 취미 운동을 하다가 전지훈련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다음 시즌을 준비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은퇴'엔 선을 확실하게 그었다.
"올림픽 끝나고 은퇴하겠다는 생각이 전혀 없다"는 이승훈은 "건강 삼아서라도 스케이트를 계속 탈 계획이다. 앞으로도 계속 빙판 위에 있을 것"이라고 굳게 말했다.
이승훈은 한국 빙속 장거리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도 짚었다.
이승훈은 "선수 풀이 많아야 그 안에서 좋은 선수가 나올 확률이 조금이라도 더 높아진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태릉 빙상장 빙질이 더 나아져야 한다"며 "경기장 환경이 좋아지면 경기력이 당연히 좋아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빙질에 따라 스케이팅 기술과 감이 아예 다르다. 외국에서 탈 때와 태릉에서 탈 때의 스케이팅 방법도 다르다"고 설명하며 "어린 선수들이 태릉에만 익숙하다 보니 국제대회 경쟁력이 좀 떨어지고 성장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면서 스피드 스케이팅을 둘러싼 제반 환경이 모두 개선되길 바랐다.
빙속 전설 이승훈 "9년만에 메달이라니…그렇게 못 땄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