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서른두 살에 첫 국가대표 선발. 이틀 뒤엔 소속팀을 70년만의 우승으로 이끈 선제골.
잉글랜드 프로축구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수비수 댄 번이 인생 최고의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뉴캐슬은 1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라바오컵(리그컵) 결승전에서 리버풀을 물리쳐 1955년 FA컵 우승 이후 70년 만에 메이저 국내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번이 전반 추가시간 멋들어진 헤더 선제골을 터뜨리며 뉴캐슬의 우승에 앞장섰다.
왼쪽에서 코너킥이 올라오자 골지역 바깥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머리로 받아 골대 왼쪽 하단 구석을 찔렀다.
201㎝에 87㎏의 체구를 자랑하는 번의 머리에서 발사된 슈팅은 발로 찬 것 이상으로 빠르게 골대로 향했고, 리버풀의 수비진과 골키퍼는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번의 '캐넌 헤더골'로 기선을 제압한 뉴캐슬은 후반 7분 알렉산데르 이사크의 골까지 더해 2-1 승리를 거뒀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 나선 리버풀의 아르네 슬롯 감독도 번이 펼쳐 보인 '진기명기'에 찬사를 보냈다.
슬롯 감독은 "골대 근처에 다섯 명의 수비진을 배치했다"면서 "(골을 노리는 선수라면) 보통은 그 구역으로 달려드는데, 오늘은 예외였다.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렇게 공을 머리로 세게 때려서 골대 구석으로 보낸 선수는 내 인생에서 본 적이 없다. 100번 중 99번은 골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주 번에게 찾아온 경사는 이번 선제골과 리그컵 우승만이 아니다.
불과 이틀 전인 현지시간 14일 발표된 잉글랜드 대표팀 소집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대기만성형 선수의 표본으로 불리는 번이 '삼사자 군단'에 뽑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은 "번이 한 번도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렇게 키가 큰 선수를 지나치기는 쉽지 않은 법"이라고 말했다.
번은 뉴캐슬 근교에서 태어나 뉴캐슬 유소년팀에서 축구를 배운 '로컬 보이'다.
그러나 성인 무대에 오른 뒤 다른 팀을 전전하다가 2022년에야 뉴캐슬 유니폼을 입었다.
어릴 적부터 뛰고 싶었던 뉴캐슬의 홈구장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뒤늦게 기량을 만개하더니 대표팀에 뽑히고 70년 만의 우승에도 앞장서는 동화 같은 스토리를 연출했다.
번은 이날 우승 세리머니 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어서, 오늘 잠들고 싶지 않다. 기분이 이상하고, 무감각한 느낌"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소집일은 현지 시간으로 17일 아침이다.
번은 "아침 8시 대표팀 훈련장엔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선발에 70년만의 우승 선제골…뉴캐슬 번의 짜릿한 일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