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우스갯소리로 저희끼리는 이렇게 얘기해요. 저번 자유계약(FA) 시장 최고 성과는 다른 선수 계약이 아니라 전희철 감독 재계약이라고요."
16일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을 이룬 서울 SK 관계자의 말이다.
사령탑이 가장 값진 자산으로 꼽힐 정도로 구단 내부에서는 전 감독에 대한 신망이 두텁다.
전 감독과 SK의 인연은 벌써 22년이 넘었다.
현역 시절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포워드였던 전 감독은 2003년 SK로 이적해 2008년 은퇴했다.
직후 전력 분석을 맡아 코칭스태프로 합류한 전 감독은 지금까지 줄곧 SK를 지키고 있다.
2021년 사령탑으로 부임해 10년이 넘는 코치 생활을 끝낸 전 감독은 데뷔 첫 시즌부터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례로 지휘했다.
전 감독은 두 번째 시즌인 2022-2023시즌에도 SK를 챔프전 무대에 올려놨다.
가장 고전한 걸로 평가받은 세 번째 시즌에도 정규리그 4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는 나섰다.
하지만 전 감독이 전폭적 지지를 받는 이유가 SK에서 오랜 경력과 굵직한 성과뿐만은 아니다.
승리를 위해 팀 훈련을 주도하고 경기를 준비하는 전반적인 과정이 믿음을 준다는 것이 SK 구성원들의 설명이다.
전 감독이 올 시즌 유일하게 찾아온 '위기 국면'에서 팀을 반등시키는 방식을 보면 구단의 믿음을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연패가 되도록 적어야 한다는 게 강팀의 조건으로 꼽힌다.
올 시즌 SK가 연패당한 기간이 한 번 있었다.
지난해 11월 6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을 시작으로 9연승을 달리던 SK는 12월 10일 부산 KCC전을 시작으로 3경기를 내리 패했다.
특히 3연패 마지막 경기(84-88)에서는 약체로 평가받는 서울 삼성에 무릎 꿇어 분위기가 깊이 가라앉았다.
구단에 따르면 3연패 기간 전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며칠을 투자해 선수들의 순간적인 움직임을 담은 영상 3천여개를 준비했다.
팀플레이를 해치거나 반대로 전 감독이 흡족한 플레이가 나온 장면을 선별한 것으로 선수들에게 당장 문제가 무엇인지 주지시키려는 취지였다.
이 같은 작업을 통해 조직력을 끌어올린 SK는 이후 13경기에서 12승 1패를 거두며 반등과 함께 독주 체제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전력분석원 출신으로 영상 분석을 통한 코칭의 효과를 잘 아는 전 감독은 경기 지표 등 각종 데이터에 토대를 두고 전략을 짜는 방식도 선호한다.
전 감독은 데이터로 먼저 상대 팀의 특성을 파악한 뒤 특정 지표를 달성하도록 선수단을 지휘한다.
예컨대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맞붙을 때마다 전 감독은 취재진에게 상대를 '올 시즌 10개 팀 가운데 가장 3점 시도가 많은 팀'으로 규정해 설명한다.
그런 만큼 3점 시도 수 자체를 줄이는 방식으로 한국가스공사의 공격력을 억제해야 한다는 게 전 감독의 주된 접근법이다.
실제로 전 감독은 한국가스공사전이 끝나면 기자회견장으로 기록지를 가져와 상대의 3점 시도를 먼저 확인한 뒤 경기를 전반적으로 평가한다.
평균 30.6개를 시도해 이 부문 1위인 한국가스공사는 SK를 만나면 3점 시도 수가 28.9개로 소폭 떨어졌다. SK는 이번 시즌 상대 전적에서 한국가스공사를 5승 1패로 압도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11월 올 시즌 유일하게 SK를 91-76으로 잡았다. 전 감독의 분석처럼 이때 한국가스공사는 평균치보다 많은 3점 35개를 쐈다.
SK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세부적인 데이터까지 되도록 잡아내려고 한다. (지표로 나타나지 않지만) 박스아웃이 잘 이뤄지지 않은 경우, 약속보다 도움 수비를 늦게 나선 경우 등을 다 확인해서 다음 경기 준비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선수단의 외곽 능력이 다른 팀보다 떨어진다고 인정한 전 감독은 3점보다 2점을 앞세우되 공수 전환 속도를 크게 높여 득점력을 키운다는 틀을 세웠다.
지표를 보면 SK는 전 감독이 의도한 농구를 보여주고 있다.
3점 시도 수가 10개 팀 가운데 8위(25.8개)로 처진 SK는 2점 시도 수는 2위(43.3개)다.
속공 득점(15.6개)은 압도적 1위다. 2위 울산 현대모비스(9.5개)와 격차는 5개가 넘는다.
경기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 KBL이 활용하는 '페이스' 지표도 SK(72.6)가 1위다.
일반적으로 경기 속도를 높이면 실책이 많아진다. 공격 횟수 자체가 늘어나는 데다 순식간에 공수가 바뀌는 상황에서 선수들도 더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감독이 수년째 유사한 팀 컬러를 유지해온 SK는 올 시즌 10개 구단 중 가장 안정적인 팀이다. 평균 실책(9.6개)이 가장 적다.
'최다 속공·최소 실책'을 동시에 충족한 전희철의 SK는 역대 최소인 46경기(37승 9패)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하는 대기록도 썼다. 이 부문 종전 기록은 2011-2012시즌 원주 DB(당시 동부)의 47경기였다.



프로농구 SK의 '최고자산' 전희철…데이터·영상분석으로 중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