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김)선형이 형이 이제 내려놔야죠. 하하"
프로농구 서울 SK의 정규리그 우승에 기여한 포워드 안영준(29)은 최우수선수상(MVP)을 향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SK는 16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원주 DB를 물리치고 2024-2025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안영준은 SK 우승의 공신을 꼽자면 단연 첫손에 들어갈 선수다.
리그 국내 선수 최다인 14.5점을 올리면서도 수비에도 크게 기여했다. 특유의 활동량으로 종횡무진 코트를 누빈 그가 있었기에 올 시즌 SK의 속공 농구는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안영준의 MVP 수상이 확정적이지는 않다.
36세의 베테랑 가드 김선형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형은 13.5점, 4.6어시스트로 안영준에게 뒤지지 않는 공격 기록을 쌓았다.
꼭 필요할 때 점수를 올리는 '해결사' 면모는 올 시즌에도 여전했다.
김선형은 MVP를 2013년과 2023년, 두 차례 수상했다. 안영준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
두 선수의 기여도가 비슷하면, 기자들의 표심은 '뉴페이스' 쪽으로 향하곤 한다.
올해도 그렇게 되기를 내심 바라는 안영준은 이날 경기 뒤 수훈선수로 나선 기자회견 자리에서 '굳히기'를 시도했다.
안영준은 'MVP를 받기 위한 자기 홍보를 좀 해보라'는 취재진의 말에 "(MVP) 하고 싶다. 난 기록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강점이 있다. 수비하고서 공격하는 게 정말 힘들다. 그게 제일 큰 강점이다. 잘 봐 달라"고 힘줘 말했다.
'김선형의 나이가 돼서도 김선형만큼 잘할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이 나오자, 안영준은 머뭇거리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쯤이면 슛이 더 좋아져 있을 것 같다"고 답한 뒤 "선형이 형이 양보해 줄 때가 됐다"며 웃었다.
개인상도 중요하지만, 안영준의 진짜 목표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안영준은 "플레이오프 우승이 목표다. 이거 하나만 바라보고 준비했다"면서 "(남은 정규리그 경기에서) 감독님이 시간을 분배해주시겠지만, 해이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정규리그 우승은 생각이 없었는데, 우승하니 더 욕심이 생긴다"면서 "우리 팀이 플레이오프에서는 압도적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희철 SK 감독은 안영준과 김선형의 MVP 경쟁에 대해 "선형이나 영준이나 둘 중의 한 명이 받으면 된다. 우리 팀에서 수상자가 나오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SK 우승 앞장선 안영준 "MVP 하고싶어…선형이 형이 양보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