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에서 '소를 죽이지 않는' 투우의 새로운 법적 개념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동물 학대 논란으로 투우 퇴출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나온 절충안이다.
클라라 부르가다(61) 멕시코시티 시장은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투우장에서 경기를 계속할 수 있도록 비폭력 투우 규칙을 제의한다"며, 관련 법안 제정을 위한 구상을 발표했다.
부르가다 시장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이날 회견에서 "유혈이 낭자한 지금 같은 광경은 예술이나 전통이 아니며, 어떤 개념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이라며 "동물 복지라는 사회 변화상을 고려해 투우 문제를 해결할 때가 왔다"고 전제했다.
멕시코시티 시장이 설명한 '비폭력 투우'는 소를 죽이지 않고 단순히 소의 힘만 빼는 게 골자다. 투우장 안이든 밖이든 소를 죽이는 건 금지된다.
반데리야(작은 깃발들로 장식한 작살), 창 또는 칼 등 소를 다치게 할 수 있는 어떤 도구도 써서는 안 된다고 부르가다 시장은 부연했다. 오로지 붉은 망토만 허용된다.
멕시코시티 시장은 "투우사를 위협하는 날카로운 쇠뿔에는 보호대를 채워야 한다"며 "투우 시간은 10분으로 제한하되 경우에 따라 최대 30분까지 할 수 있도록 규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제안은 관련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나온 것이라고 당국은 전했다.
멕시코에서 투우 경기는 그 잔혹성 때문에 그간 존폐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투우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및 몇몇 중남미 국가에 남아 있는데, 소를 일부러 흥분시킨 뒤 서서히 죽이는 방식 때문에 '동물 학대'라고 비판받아 왔다.
멕시코에서도 최근 각급 법원에서 투우 금지 판결을 하는 추세인데, 이에 대해 목장주와 관련 사업가는 "과도한 권리 침해"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멕시코시티 시장은 "우리는 가능한 가장 폭넓은 합의를 바탕으로, 우리 도시를 동물 보호의 최전선에 서게 하는 한편으로 관련 업계의 고충을 줄여가야 한다"며, 시의회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가 달라고 당부했다.
멕시코시티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투우장으로 꼽히는 플라사 멕시코(Plaza Mexico)가 있다.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매체는 멕시코 투우 관련 산업 연간 매출액이 68억 페소(5천억원 상당)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투우 퇴출 논의 멕시코서 '소 안 죽이는 투우' 제안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