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우상혁(28·용인시청)은 '역대 최고 점퍼' 무타즈 에사 바르심(33·카타르)을 보며 "바르심처럼 과감하게 조주로(도약을 위해 달리는 구간)에서 속력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높이뛰기 선수 중에는 달리기가 빠른 편인 우상혁은 김도균 용인시청 감독과 함께 '과감한 선택'을 했고,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도 인정하는 최정상급 점퍼가 됐다.
이제는 우상혁을 보고 배우는 선수도 늘었다.
우상혁의 절친한 친구인 해미시 커(28·뉴질랜드)도 우상혁을 보며 영감을 얻었고, 실력이 일취월장해 2024 파리 올림픽 챔피언에 올랐다.
커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우상혁에게 힌트를 얻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12일 대구육상진흥센터에서 만난 우상혁은 "커가 내 장점을 빼앗아 간다"고 장난스럽게 말한 뒤 "커는 나보다 높이뛰기를 더 즐기는 점퍼다. 누구에게나 배우려고 한다. 그런 점이 지난해 성적으로 발현된 것"이라고 밝혔다.
우상혁의 키는 세계 최정상급 점퍼 중에는 작은 편인 188㎝다.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신체적 한계'를 우상혁은 '조주로를 빠르게 달려, 수직으로 변환하는 에너지를 키우는 전략'으로 극복했다.
190㎝의 바르심은 단거리 훈련에 공을 들인다. 우상혁도 바르심의 장점을 받아들였다.
우상혁보다 10㎝나 큰 커(198㎝)도 '우상혁의 방식'을 택했다.
커는 2023년까지는 세계 톱10 수준의 점퍼였다.
바르심,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 주본 해리슨(미국)과 함께 '빅4'로 분류됐던 우상혁보다는 낮게 평가됐다.
2023년까지 둘의 맞대결 결과도 우상혁이 8승 5패로 앞섰다.
하지만 지난해 커는 우상혁과 맞대결에서 3승 2패로 우위를 보였다.
특히 세계실내선수권대회(커 2m36 1위·우상혁 2m28 3위)와 올림픽(커 2m36 우승·우상혁 2m27 7위)에서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우상혁은 "지난해 커의 도움닫기 속력이 빨라진 게 느껴졌다. 키 큰 선수가 갑자기 속력을 올리면 부상 위험이 있는데, 커는 과감한 선택을 하고 성공했다"며 "지난해 커는 정말 즐거워 보였다. 나도 커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장신 점퍼가 '우상혁의 전략'을 택해 기록을 높였다.
키 205㎝의 올레 도로슈크(우크라이나)는 이달 9일 2m34를 넘어 올 시즌 기록 순위 1위로 나섰다. 종전 개인 최고 기록(2m31)을 3㎝ 경신했다.
개인 최고 기록이 2m36인 우상혁은 올 시즌 기록은 2m31로 공동 2위다.
우상혁은 "처음 국제대회에서 본 도로슈크는 '키는 크고, 속력은 느린' 아주 일반적인 장신 점퍼였다. 경기를 치르면서 조금씩 속력을 높이는 걸 보고 '뭔가 하나를 깨우치면, 기록이 확 오르겠다'라고 생각했다"며 "이제는 주목받은 점퍼가 됐다"고 말했다.
높이뛰기 선수는 키가 클수록 유리하다.
불리한 조건을 속력으로 극복해 온 우상혁은 '빨라진 장신 선수'들을 보며 좋은 자극을 받았다.
우상혁은 "내 장점을 극대화해야 커 등 좋은 선수들과 더 즐겁게 경쟁할 수 있다"며 "올해는 근력을 키우는 데 신경 쓰고 있다. 키는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다. 훈련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자신을 다그쳤다.
빨라진 장신 점퍼들…우상혁 "훈련만이 답, 내 장점 극대화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