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홍현빈(27·삼성 라이온즈)에게 kt wiz 시절 '영광의 순간'은 삼성 마무리 오승환(42)에게 끝내기 3루타를 쳤던, 2024년 6월 28일이었다.
공교롭게도 홍현빈은 2024시즌이 끝난 뒤 kt에서 방출됐고, 삼성과 계약했다.
새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시즌을 맞은 홍현빈은 1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짜릿한 손맛을 봤다.
홍현빈은 이날 7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만루 홈런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5타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삼성이 4-5로 뒤진 5회말 2사 1, 2루에서 홍현빈은 최종인의 시속 146㎞ 직구를 공략해 동점 우전 적시타를 쳤다.
팀이 7-5로 앞선 6회 2사 만루에서는 박치국과 풀 카운트(3볼-2스트라이크) 대결을 벌인 끝에 6구째 시속 144㎞ 직구를 받아쳤다. 타구는 114m를 날아가 오른쪽 외야 관중석에 안착했다.
2017년 kt에 2차 3라운드 21순위에 뽑혀 프로 생활을 시작한 홍현빈은 1군 무대 정규시즌 238경기에 나서, 257타석에 섰지만 홈런을 한 개도 치지 못했다.
시범경기에서도 전날까지 20경기에서 홈런을 신고하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 유니폼을 입고 4번째로 출전한 시범경기에서 첫 홈런을 날렸다.
의미 있는 홈런을 쳤지만, 홍현빈은 감정을 꾹 눌렀다.
전날까지 올해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던 홍현빈은 "안타가 나오지 않아도 '그냥 더 열심히 하자'라고만 생각했다"며 "홈런을 치긴 했지만 '오늘 경기 잘했다'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들뜨지 않으려고 한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홍현빈과 달리, 삼성 팬들과 박진만 감독은 이날 홈런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박 감독은 "오늘 홍현빈이 만루 홈런으로 승리(11-8)의 발판을 마련해 준 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라이온즈파크를 찾은 팬들은 '홈런 타자' 홍현빈이 8회 타석에 들어서자,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홍현빈도 색다른 경험을 했다.
그는 "6회 타석에 들어설 때, 관중석에서 '만루 홈런'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홈런이야'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홈런을 치니까 웃음이 나왔다"고 떠올렸다.
홍현빈은 쉽게 들뜨지도, 좌절하지도 않는다.
8년 동안 뛴 kt에서 방출당할 때 홍현빈은 구단과 팬을 향해 감사 인사를 했다.
그는 "kt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 나를 처음 받아준 구단이기도 하다"며 "정말 고마움이 커서 그런 메시지를 남겼다"고 전했다.
홍현빈의 방출 소식에 삼성은 빠르게 움직였다.
홍현빈은 "방출 뒤 얼마 되지 않아서 삼성 구단의 연락을 받았다. 덕분에 올 시즌 준비를 잘할 수 있었다"며 "기회를 준 삼성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kt 시절, 홍현빈은 상무에서 군 복무할 때를 제외하고는 매년 1군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100타석을 넘긴 해는 없었다. 한 시즌 개인 최다 타석은 2022년의 92타석이다.
삼성에서는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홍현빈은 주전 외야수 경쟁을 펼치고 있다.
홍현빈은 "나는 조연이다. 당장 주연이 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팀 우승을 돕고, 주연을 빛나게 하는 조연이 되고 싶다"고 했다.
조연에게도 '영광의 순간'은 온다.
또한 좋은 조연이 많은 팀은 안정적으로 시즌을 치를 수 있다.
홍현빈의 가세로, 삼성 외야진 전력은 한층 두꺼워졌다.
'1군 무대 첫 홈런이 만루포' 홍현빈 "주연 빛나게 하는 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