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장식장에 金 놓을 자리 더 있어요"


"메달 장식장에 金 놓을 자리 더 있어요"
최민정은 지난달 3관왕을 차지했던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을 포함해 동계올림픽,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30개가 넘는 금메달을 따낸 월드 클래스다. 쇼트트랙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달성했지만 최민정은 멈출 생각이 없다. 보물과도 같은 메달과 트로피 등이 보관돼 있는 장식장에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추가하기 위해서다.
2025 MBN 여성스포츠대상 2월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돼 최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최민정은 "수많은 메달과 MBN 여성스포츠대상 트로피 등이 진열돼 있는 장식장을 보면 정말 행복하다.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장식장을 정리하다가 앞으로 딸 메달을 놓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놨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금메달로 현재 장식장의 빈자리를 채우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최민정은 오는 14일 중국에서 개막하는 ISU 세계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지난달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곧바로 준비에 매진했다.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면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지 않고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는 만큼 최민정은 하루 10시간 넘게 훈련에 투자하며 온 정신을 집중했다.
앞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만 16번 우승을 차지한 최민정은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제패하면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생길 것 같다. 쉽지 않겠지만 우승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이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시 한번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해서 4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하지 않는 건 아니다. 최민정은 어떤 상황에서도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 하더라도 좌절할 필요가 없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경쟁에서 살아남아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된 만큼 이번에도 차분하게 원하는 결실을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세계선수권대회와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계아시안게임 때와 달라진 부분은 무엇일까. 최민정은 아시아 선수들보다 피지컬과 스피드 등이 뛰어난 유럽·북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상대를 압도하는 스피드와 웬만해서는 밀리지 않는 몸싸움 능력을 갖추는 건 기본 중 기본이다. 단점이 없는 육각형 선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이 필요하다. 경험이 쌓이면서 순간적인 판단이 좋아진 만큼 세계 무대에서도 내 이름을 다시 한번 알려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최민정은 한국 쇼트트랙의 새 역사에 도전한다. 그가 정조준하고 있는 건 여자 1500m 3연패와 여자 500m 첫 금메달이다. 최민정은 2018 평창 대회 여자 1500m와 여자 3000m 계주, 2022 베이징 대회 여자 1500m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최민정은 "출전권을 확보하면 내 인생 세 번째 동계올림픽을 경험하게 된다.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한국 쇼트트랙 최초의 기록까지 세우면 더욱 뜻깊을 것 같다. 두 가지 중 하나는 반드시 이뤄보겠다"고 다짐했다.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언니 역할까지 하고 있는 최민정은 계주에서는 후배들과 힘을 합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그는 "계주에서는 팀원들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서로를 믿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정은 자신을 롤모델로 꼽은 후배 김길리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최민정은 "아끼는 후배인 길리가 나를 롤모델로 꼽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과감한 추월 등 내가 갖고 있지 못하는 능력을 보유한 길리에게 배우고 싶은 게 많다"고 설명했다.
최민정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만들어낼 필살기로는 노련한 경기 운영과 코너로 진입하는 구간에서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꼽았다. 최민정은 "수많은 대회를 치르며 몸으로 익힌 경기 운영 능력과 순간적인 판단은 다른 선수들보다 앞선다고 생각한다. '최민정 존'이라고 불리는 코너 진입 구간에서의 스피드도 누구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내 인생의 마지막이 될 동계올림픽인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임정우 기자]
임정우 기자([email protected])
"메달 장식장에 金 놓을 자리 더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