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A 5년, 당구 ‘제2의 부흥’ 일구다
생방송 시청자 도달률·시간 1~2위
9억원 마르티네스 “코리안 드림 이뤄”
9억원 돌파, 꿈만 같다.”
9일 강원도 정선에서 열린 프로당구 피비에이(PBA)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스페인의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는 통산 7승, 시즌 3승의 기쁨을 이렇게 말했다. 스페인 당구학교 출신으로 2019년 한국에서 출범한 피비에이 무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3쿠션의 확실한 강자로 떴다.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다비드 사파타(우리금융캐피탈)를 비롯해 국내 팬의 시선을 사로잡는 조재호(NH농협카드), 김가영(하나카드) 등도 피비에이 출범 이후 대중과 더 친근해진 스타들이다. 2023년 4월~2024년 3월 방송 도달률 전체 2위(40.1%·PBA 집계)가 방증하듯, 팬들은 쉽게 프로당구 생중계를 접할 수 있다. 당구가 친숙해지면서, 2만개 안팎으로 추산되는 동네 당구장이 생활 스포츠의 터전이 될 희망도 커졌다.
PBA, 3쿠션의 ‘코리안 드림’ 되다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마르티네스는 우승상금으로 1억원을 받았다. 세계캐롬당구연맹(UMB)의 월드컵 대회 우승 상금보다 몇배나 큰 규모다. 마르티네스는 올 시즌 3회, 총 7회 우승했고 그동안 받은 상금 총액은 9억1100만원이다. 마르티네스가 “나의 꿈을 이뤘다. 스페인이나 유럽의 조그만 투어에서 받는 상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무대다. 9억원 넘게 벌었다니 꿈속에 사는 것 같다”고 말한 이유다. 준우승한 사파타 역시 5년간 8억원 가까이 상금을 챙겼고, 국내 최고의 스타 조재호 역시 8억3000여만원으로 현역 선수 상금 순위 2위를 자랑한다. 여자부에서는 김가영이 하이원리조트 챔피언십 우승으로 시즌 5회 연속 우승, 통산 12승을 달성하면서 상금 5억4천여만원을 수령했다. 피비에이는 초기 여자부 상금을 2000만원에서 현재 4000만원으로 늘렸다.
K당구의 독특한 시스템 혁신
3쿠션의 유일한 프로무대인 피비에이는 한국이 만든 세계적인 스포츠 지적자산(Intellectual Property)이다. 2019년 출범 초기부터 경기 방식을 세트제로 바꿨고, 뱅크샷 2점제 등 독특한 시스템으로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워낙 민감한 종목인 당구에 변수가 추가되면서 경기의 긴장도가 높아졌고, 팬들의 보는 즐거움도 커졌다. 근엄한 경기장 분위기에서 탈피하면서 팬과 선수들이 교감 폭은 더 커졌다. 결승전 등 주요 경기에 등장하는 치어리더 응원은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다. 테이블 주변에 8대의 카메라를 배치해 공의 작은 변화까지 보여주는 방송 기법 역시 팬을 위한 서비스다. 여기에 전용 방송국인 빌리어즈 티비를 비롯해 4개의 생방송 채널과 유튜브 노출 등으로 단시간에 프로당구의 시청자 도달률을 프로야구에 이어 2위로 끌어 올렸다.
국내 선수들 더 분발해야
세계 최고의 프로무대가 마련된 것은 국내 선수들한테는 행운이다. 외국 선수들이 장기간 타국에서 체류하는 것과 다르다. 17살 당구 천재 김영원이 시즌 개막전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 준우승, 6차 투어인 NH농협카드 챔피언십 우승을 일군 배경에는 안방 대회의 이점도 있다. 하지만 올 시즌 7차 투어까지 국내 우승자는 강동궁(2회), 김영원(1회) 둘뿐이고 나머지는 마르티네스(3회)와 다니엘 산체스(1회)가 챙겼다. 지난 시즌에도 총 10차례의 대회에서 국내 선수의 우승은 5개 대회에 머물렀다. 마르티네스가 하이원리조트배 우승 뒤 “최고의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매일 체력훈련과 연습을 한다”고 말한 것을 곱씹어봐야 한다.
김현석 해설위원은 “피비에이 무대에 국내 선수들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그 수에 비례해서 우승하지는 못하고 있다. 조재호 강동궁뿐만 아니라 더 많은 선수가 우승할 수 있어야 한다. 독한 마음으로 경기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PBA 5년, 당구 ‘제2의 부흥’ 일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