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vs 법원' 신경전 번진 '남북교류법' 헌법소원…헌재 "합헌"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현직 재판장이 4년 동안 멈춘 재판을 재개하며 헌법재판소의 늦장 심리를 공개 비판하면서 헌재와 법원의 신경전으로 번진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17일 북한에서 구입한 서적 등을 국내로 반입하려다 기소된 진 모 씨가 청구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3조 1항 및 제27조 1항 3호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8대 1로 합헌 결정했다.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제1항은 물품 등을 반출하거나 반입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물품 등의 품목, 거래 형태 및 대금결제 방법 등에 관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승인받은 사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내용을 변경할 때도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한반도는 현재 군사 정전협정에 따른 정전 상태에서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라며 " 남북한 사이의 교역은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되는 등의 상황을 고려해야 할 필요도 있으며, 유통질서의 유지를 위해 정부가 적정한 개입을 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물품을 반입하게 함으로써 대북한 교역이 정책에 따라 일정한 기준 아래 종합적 체계적 안정적으로 수행되도록 하는 심판 대상 조항은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며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사람이 미리 계획하지 않은 물품을 취득한 경우라도 승인 없이 임의로 북한으로부터 물품을 반입하는 경우에 이를 사후적으로 감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남북한 사이 민감하고 특수한 관계와 국제관계의 복잡성에 비춰 해악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승인 제도의 목적을 침해하는 미승인 반입 행위를 형사 제재로써 규율하는 것이 입법재량을 벗어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계선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포괄적 승인 대상이 아닌 물품을 승인 없이 반입하는 경우에는 국헌을 문란하게 하거나 국가안보를 해하거나 보건상 위해가 있는 등 물품 자체의 유해성이 있는지를 불문하고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
또 "그 행위나 결과에 관해 비난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까지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처벌받게 될 우려가 있다"며 "단지 승인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사실에 대해 제재함에 있어서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진 씨는 2020년 10월 북한에서 구입한 서적 18점과 영상자료(CD) 14점 등 총 146점의 물품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진 씨는 이 물품들을 들여오면서 통일부 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진 씨에 대해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해 법원은 동일한 벌금액으로 약식명령을 내렸으나, 진 씨는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2022년 6월 1심은 진 씨에 대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고 압수 물품에 대한 몰수를 명령했다. 아울러 진 씨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기각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진 씨는 항소장을 제출한 뒤 헌재에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헌법소원의 결과가 해당 형사 사건 결론의 전제가 된다고 보고 대기했으나, 헌재는 이를 4년째 심리 중이었다.
이에 2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수석부장판사 전보성)는 지난 6월 진 씨에 대한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판단해 헌재에 헌법재판 지연 사유에 관한 의견요청서를 발송했다.
아울러 설명자료를 통해 헌재의 재판 지연이 부작위(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하지 않은 것) 처분에 해당하고, 이로 인한 기본권 침해 여부에 대한 심사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열린 공판기일에서 전 수석부장판사는 "4년이 지났는데도 (헌재 심리가) 진행되지 않아 문제가 있다"며 "재판 지연에 대해 제가 아는 한도로는 우리나라에선 불복, 구제 수단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법원의 이 같은 의견요청서 발송이 올해 도입된 '재판소원'을 둘러싼 양 기관의 신경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헌재는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헌재에서 합헌 결정을 내린 만큼 형사 재판부도 헌재 결정에 따라 재판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진 씨의 2심 공판은 오는 21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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