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원치 않아, 합당한 책임을"…법정 선 피해자 여동생의 눈물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피고인이 평생 교도소에 있기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자신이 저지른 범행에 합당한 책임을 묻게 해주십시오."
술집에서 벌어진 시비 끝에 상대방을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의 항소심 법정에서 피해자의 여동생이 엄벌을 호소했다. 숨진 오빠를 대신해 법정에 선 동생의 진술이 이어지자 방청석 곳곳에서는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는 15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A 씨(28)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A 씨는 지난 1월 18일 전남광주의 한 술집에서 회사원 B 씨(30)와 사소한 시비가 붙자, 그를 인근 골목으로 불러내 얼굴을 주먹으로 10여 차례 때리고 쓰러진 뒤에도 발로 차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폭행으로 의식을 잃은 B 씨는 뇌사 판정을 받았다. 그는 사건 발생 약 20일 만인 지난 2월 6일 심장과 폐, 간, 양쪽 신장, 안구 등을 7명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1심에서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이보다 무거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후 검찰과 A 씨 측이 모두 판결에 불복하면서 항소심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는 B 씨의 여동생이 피해자 유족을 대표해 직접 진술했다.
그는 "오빠는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할 수 없기 때문에 오늘 오빠를 대신해 이 자리에 섰다"며 "오빠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가족의 삶은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오빠는 고작 서른 살이었다. 어린 나이부터 두 동생을 챙기며 가족의 가장 역할을 했고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던 사람이었다"며 "저희가 잃은 것은 오빠 한 사람만이 아니라 오빠와 함께할 수 있었던 모든 미래"라고 말했다.
과거 B 씨가 뇌 수술을 받은 이력이 사망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피고인 측 취지의 주장도 반박했다.
여동생은 "오빠가 과거 뇌 수술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정상적으로 직장생활을 했고, 헬스와 마라톤을 즐길 만큼 건강했다"며 "과거 병력이라는 단편적인 사정으로 피해자의 삶과 이번 범행으로 발생한 사망 결과가 가볍게 평가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A 씨가 반성문을 제출하고 1000만 원을 공탁한 것에 대해서는 "가족은 어떤 금액의 공탁도 받아들인 적이 없고 피고인을 용서한 적도 없다"며 "반성문 몇 장과 공탁금이 한 사람의 생명을 되돌릴 수 없고, 가족이 평생 짊어질 고통을 대신할 수도 없다"고 했다.
특히 "저희가 원하는 것은 복수가 아니다. 피고인이 평생 교도소에 있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며 "다만 자신이 저지른 범행에 합당한 책임을 묻게 해달라.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범행이 반성문 몇 장이나 공탁금으로 가볍게 평가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가족이 언젠가는 오빠를 원망과 억울함이 아닌 그리움으로 기억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엄중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약 4분간 이어진 진술 도중 방청석 곳곳에서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검찰은 A 씨의 범행이 우발적인 폭행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검사는 "A 씨는 말다툼이 시작되자 피해자를 주점 인근 골목으로 유인하고, 폭행에 앞서 휴대전화 녹음 기능을 켠 뒤 싸움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말을 요구했다"며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행동을 한 뒤 저항할 수 없는 상태의 피해자를 계속 폭행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폭행은 양형기준상 가중요소인 잔혹한 범행 수법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A 씨의 변호인은 범행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했고, A 씨가 초범인 데다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A 씨는 최후진술에서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소중한 생명이 꺾였다는 사실을 매일 후회하고 반성한다"며 "첫 재판에서 유가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 평생 속죄하고 반성하며 살겠다"고 사과했다.
재판부는 오는 10월 13일 오후 2시 A 씨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선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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