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하는 김승기 감독
(고양=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13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고양 소노와 울산 현대모비스 경기에서 소노 김승기 감독이 지시하고 있다. 2024.11.13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농구계 선후배 간 폭력 사태가 잊을 만하면 다시 발생한다.
프로농구에서는 올해만 여러 차례 감독의 선수 폭행과 욕설 등 크고 작은 사태가 벌어졌다.
농구 팬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일은 최근 발생한 김승기 전 고양 소노 감독의 '수건 폭행'이다.
김승기 전 감독은 지난달 10일 서울 SK와의 원정 경기 도중 라커룸에서 김민욱을 질책하는 과정에서 그에게 수건을 휘둘렀다.
코 부위를 맞은 김민욱은 2주가량 팀을 떠났다. 수건 폭행 사건 이후에도 김 전 감독은 김민욱에게 폭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기 전 감독은 선수 폭행 논란이 커지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고, KBL은 김 전 감독에게 2년 자격정지 중징계를 내렸다.
김 전 감독의 퇴진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3점 넣는 빅맨
(고양=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31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고양 소노와 수원 kt 경기에서 소노 김민욱이 3점슛을 성공시킨 뒤 백코트하고 있다. 2024.10.31
그러자 이번엔 '수건 폭행 사건' 피해자 김민욱이 과거 교내 운동부 내 후배 폭행 사건의 가해자 김민욱이 됐다.
며칠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엔 김민욱이 연세대 재학 시절 운동부에서 가혹행위를 일삼았다는 폭로 글이 올라왔고, 스포츠윤리센터와 KBL 클린바스켓 센터는 같은 내용의 신고를 접수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이 사안을 조사 중이며, KBL은 프로 입성 전의 사건을 조사할 권한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민욱은 KBS와 인터뷰에서 "후배 때문에 가혹행위를 당하자, 화가 나서 그 후배를 엎드려뻗쳐 하게 한 다음 옥상에 있는 아이스하키 채로 때린 적이 있다"며 후배 폭행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소노는 학교 폭력 의혹을 인정한 김민욱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구단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보고 10일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폭행은 아니지만, 올 시즌에도 원주 DB의 김주성 감독과 부산 KCC의 전창진 감독은 작전시간 도중 원색적인 욕설을 내뱉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혀 그대로 전파를 탔다.
이에 KBL은 10개 구단에 '비속어 사용 주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작전 지시하는 유재학 감독
(안양=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1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프로농구 안양 KGC 인삼공사와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경기.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0.1.1
감독이 선수에게 가한 폭력과 선배의 후배 폭행 등은 농구계에서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유재학 전 감독은 선수를 향한 거친 언행으로 종종 논란을 자초했다.
현대모비스를 지휘하던 유 전 감독은 2014년 함지훈에게 '입에 테이프를 붙이라'는 인격 모독적인 지시를 했다.
머뭇거리던 함지훈은 유 전 감독의 재촉을 더 받고서야 결국 입에 테이프를 붙였고, 이 장면은 그대로 중계방송에 잡히며 농구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또 유 전 감독은 2015년 12월 김수찬에게 작전 지시를 하다가 '꿀밤'을 때려 물의를 빚었다.
폭행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KBL은 유 전 감독에게 제재금 300만원 징계를 내렸다.
2021년 4월 팀 회식 도중 후배 장재석을 폭행해 안와골절 피해를 준 전 울산 현대모비스 선수 기승호는 2022년 1월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기승호는 이 사건으로 KBL에서 제명됐고, 법정에선 "선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팀이 우승에 실패해 술을 먹고 실수했다"고 말했다.
장재석은 기승호에게 눈 주변 부위를 맞아 안와골절 진단을 받고 수개월의 치료를 받은 뒤 코트에 복귀할 수 있었다.
법정 향하는 전 프로농구 선수 기승호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회식 도중 후배를 폭행해 다치게 한 전직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선수 기승호 씨가 11일 오전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11
감독의 '심판' 폭행 사건도 있었다.
정재근 전 연세대 감독은 2014년 7월 고려대와의 아시아·퍼시픽 대학 챌린지 결승에서 판정에 불만을 품고 자기 머리로 심판 얼굴을 가격했다.
정 감독은 대한농구협회 상벌위원회에서 자격정지 5년 처분을 받았다.
지난 10월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민지현 부장판사)는 농구 시합이나 연습 도중 실수를 하거나 경기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초등학생 선수들을 때린 여자농구 국가대표 출신 코치 A(51)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3년 12월 춘천 한 초등학교 농구부에서 손바닥으로 선수의 팔과 등을 때리고 다른 선수 7명에게 15차례에 걸쳐 신체적 학대를 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선수를 향한 폭행과 폭언 등 악습을 끊기 위해서는 농구계의 반성과 경각심이 필요하다.
사제, 선후배 사이의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지 않는 현재다.
2024년을 살아가는 농구인들이 시대착오적인 말과 행동을 계속한다면 팬들의 비난과 실망은 더욱 커지고, 관심과 사랑은 날로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코트 안팎 폭력 사건…농구계 각성 절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