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쇼크'가 꺼낸 10년 묵은 규제 개혁…유통법 손질론 재점화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사태가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편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개별 기업의 경영 실패를 넘어 대형마트 산업 전반의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의무휴업과 심야 영업 제한, 점포 기반 배송 규제 등 오프라인 유통에만 적용되는 규제가 e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환경과 맞지 않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홈플러스 위기의 본질은 MBK파트너스의 경영 실패에 있는 만큼 유통법을 사태의 주된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프라인만 묶어놓고 온라인은 자유"…유통법 개편론 다시 고개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위기를 계기로 유통법 개정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과 자정부터 오전까지의 영업시간 제한을 받고 있다. 점포를 활용한 새벽배송 등 일부 배송 서비스도 사실상 제한된다. 반면 온라인 플랫폼은 동일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
업계는 이러한 규제가 소비자 쇼핑 방식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e커머스와 퀵커머스가 급성장하는 동안 대형마트만 규제에 묶이면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것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10여 년 전 만들어진 제도가 현재의 유통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소비자 편익과 산업 경쟁력을 함께 고려한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의식은 최근에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15년 발간한 정책연구용역보고서 '입법영향분석모형 개발: 유통상업발전법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 사례를 중심으로'는 유통법이 사회·경제에 미친 영향을 종합적으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제도가 이해관계자는 물론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유통법의 목적이 전통시장 보호와 상생발전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규제 효과를 장·단기적으로 지속 검증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유통법 시행 이후에도 전통시장 매출 감소세가 이어진 반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성장세만 둔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규모 점포의 95.5%와 SSM의 86.7%는 고객 수가 감소했다고 응답한 데 반해, 전통시장과 일반점포는 각각 51.5% 및 42.1%만 고객 수가 증가한 것으로 응답했다.

"법 탓만 할 순 없다"…MBK 경영 책임론도
다만 홈플러스 위기를 유통산업발전법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역시 동일한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지만 점포 리뉴얼과 식품 경쟁력 강화, 온라인 사업 확대 등을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MBK파트너스의 경영 전략을 지목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점포 매각과 자산 유동화를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면 점포 경쟁력 강화와 신규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점포 노후화와 온라인 전환 지연, 상품 경쟁력 약화 등이 누적되면서 시장 점유율이 꾸준히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회생절차 과정에서 드러난 유동성 위기 역시 단기간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수년간 누적된 투자 부족과 재무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법 규제가 대형마트 산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만약 규제만이 문제였다면 같은 규제를 받는 다른 대형마트들도 모두 비슷한 위기에 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 사태는 규제 환경과 별개로 대주주의 경영 판단과 투자 전략이 기업 경쟁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관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