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가계대출 연간 목표 이미 초과…하반기 셧다운 공포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연간 목표치를 초과하면서 하반기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이 높아진 만큼 가계대출 총량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금융당국은 '관리 기조는 변함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책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649조 6612억 원이다. 지난해 말 644조 9761억 원과 비교하면 4조 6851억 원 늘어난 수준이다.
은행권이 올해 초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간 증가 목표치(4조 3400억 원)를 약 3400억 원 넘은 수치다. 5대 은행의 정책대출 제외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9일까지만 해도 목표 대비 소진율이 80% 수준이었는데, 불과 엿새 만에 목표치를 초과한 것이다. 5대 은행 중 3곳은 목표 대비 150%까지 소진했다.
증가세는 신용대출이 이끌었다.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10조 468억 원으로 지난달 말(108조 6704억 원)보다 1조 5764억 원 증가했다. 최근 증시 강세에 따라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빚투 수요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택담보대출도 증가세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15조 9064억 원으로 지난달 말(615조 1456억 원) 대비 7608억 원 늘었다.
목표치 초과 상황과 맞물려 일각에서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준을 재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당시 경상성장률(4.9%) 전망치의 절반 이하인 1.5%로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 재정경제부가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12.3%로 크게 높이면서 총량 목표도 이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은 선을 긋는 분위기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 14일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완화했을 때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염려가 있다"며 "현재는 완화를 생각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최근 성장률 상향은 반도체 등 특정 업종의 이례적 호조에 따른 것으로 이를 근거로 가계대출 총량 기준을 조정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이 하반기에 가계대출을 적극 관리하겠다고 밝혔다"며 "가계부채 총량 관리 목표 변경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한도 관리 강화에 따른 상호금융권 등으로의 '풍선 효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금융권 전반의 가계부채 총량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으며 업권별 여력에 따라 조정할 여지를 찾아가겠다고 했다.
반면 은행권에서는 총량 관리 목표 자체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설정됐다는 불만이 나온다. 별도의 규제 완화가 없었는데도 주택 거래 회복에 따라 대출 수요가 늘면서 자연 증가분만으로도 연간 목표치를 초과할 수 있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대출 증가는 정책 변화가 아니라 부동산 시장 회복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신규 대출을 접수하기만 해도 총량을 초과할 것으로 보여 고객을 돌려보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집값 상승기에는 총량 규제의 실효성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하반기에도 현재의 총량 관리 기조가 유지될 경우 대출 접수 자체가 어려워지는 '셧다운' 상황까지 우려하고 있다. 실제 대출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미 현장에서는 그에 준하는 수준의 대출 제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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