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소청 검사와 검찰청 검사, 어느 쪽이 더 셀까
"직접 실체를 파악할 방법은 없고 기록만 보고 판단해야 하니 당연히 보수적으로 일처리할 확률이 높아지겠죠. 엄격한 심사자의 길로 갈 수밖에요."
며칠 전 만난 한 검사는 공소청 체제가 들어서면 기소율이 뚝 떨어지고 각종 영장 기각률은 치솟을 것이라고 했다. 요새 법조계에서 이런 전망을 하는 사람이 많다. 공소청은 수사기관이 넘긴 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당장 기소하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영장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기소율 하락이 범죄 억제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웬만한 위법 행위는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대전제가 흔들리면 범죄가 활개를 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범죄 수법이 교묘해져 수사 난도가 높아지고 있다. 기소 문턱이 높아져 발생하는 부담은 그대로 우리 사회 전반에 전가될 것이다.
억울한 피해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치명적이다. 정황은 확실한데 초동 수사나 증거 확보가 부실해 기소하기 어려운 사건이 있을 수 있다. 각 기관이 의견을 주고받는 사이에 범죄자들은 도주와 증거인멸을 위한 시간을 번다. 그렇다고 일정 기준만 통과하면 무조건 기소하도록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새 형사체계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경찰 등 수사기관의 역량이 좋아져야 한다. 하지만 단기간에 전문성 등이 그 수준까지 올라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논란이 된 장윤기 사건 은폐 의혹만 봐도 그렇다. 실력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최근 경찰이 검찰에 신청한 영장의 30% 이상이 기각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2021년에는 20%대였다. 검찰이 경찰을 견제할 방법이 줄어들자 기각률이 점차 올라가는 것이라고들 한다.
검사 힘을 빼앗자고 시작한 개혁이, 역설적으로 검사의 힘을 더 키우는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수사라는 '칼'은 빼앗겼지만 기소라는 문을 지키는 '문지기'로서의 통제권이 커지는 것 아닐까. 이미 칼을 빼앗길 문지기가 지키는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 그 문 밖의 피해자들이 억울할 일만 속출하지는 않을까. 남은 시간, 정치권이 이 같은 구조적 문제와 부작용을 고려해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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