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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8천700m 야영' 기록…산악인 박상열씨 별세

등급아이콘 레벨아이콘 스포츠뉴스 0 80 01.27 00:00

[유족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1977년 산악인 고상돈(1948∼1979)이 세계 8번째로 에베레스트(8,848m) 등정에 성공하기 직전 1차 시도에서 세계 최초 '8천700m 야영' 기록을 세운 박상열 전 대한산악연맹 부회장이 26일 오전 7시47분께 대구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81세.

1944년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타고난 폐활량으로 수창국민학교에 다닐 때부터 대구 와룡산(299.7m)에 올랐고, 1959년 대구고 산악부를 거쳐 청구대를 중퇴한 뒤 1964년 경북산악회에 가입했다.

1962년 대한산악연맹 창립 후 첫 해외 원정이었던 1971년 로체샤르(8,383m) 원정대(대장 박철암<1918∼2016>)에 포함됐다. 당시 최수남(1941∼1976)씨가 한국인 최초로 8천m를 넘었다는 기록을 남긴 채 등정에는 실패했지만, 이때 네팔 관광성에 에베레스트 등반 신청서를 제출했다.

1977년 에베레스트 등반 원정대(원정대장 김영도<1924∼2023>, 등반대장 장문삼 등 총 18명)에 등반 부대장으로 참가했다. '1차 공격조'로 지명돼 셰르파 앙 푸르바와 함께 9월9일 도전에 나섰다. 정상 바로 밑에 있는 11m 높이 설벽인 힐러리스텝(8,790m) 앞에서 앙 푸르바의 산소가 떨어졌다. 약 8천800m까지 올라갔을 때 앙 푸르바가 기진맥진해서 두 사람을 묶은 자일을 풀고 "나를 놔두고 혼자서 올라가라"고 했지만, 고인은 자일을 다시 묶고 함께 돌아서는 쪽을 택했다.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은 고인이 2000년에 낸 책 '눈 속에 피는 에델바이스'에서 "힐러리스텝을 넘어서면 정상은 다 오른 셈이다. 완만한 길을 천천히 20∼30분만 걸어가면 바로 정상이다"라며 "그토록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누구라도 포기한 동료를 잠시 쉬도록 하고 혼자서 정상을 얼른 다녀왔을 것이다. 그러나 박상열은 그러지를 못했다. 함께 올라왔으면 정상도 함께, 죽음도 함께였다"고 썼다.

2000년 대구에 초청한 셰르파 펨바 라마(왼쪽)와 고인(가운데),앙 푸르바(오른쪽)

[사람, 산에 오르다-산악인 구술조사 보고서Ⅲ 122쪽에서 재촬영]

산소도, 마실 물도, 비상식량도 다 떨어진 상태에서 앙 푸르바가 걷기를 포기하자 박상열은 남봉(8,760m) 바로 밑에서 야영을 감행했다. 이는 세계 등반 역사상 가장 높은 곳에서의 무산소 비박(bivouac·야영)으로 기록됐다. 이후 고상돈이 1977년 9월15일 낮 12시50분 국내 최초, 동양에선 2번째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 박상열의 의리있는 행동은 한때 국민학교 도덕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원정대의 일원이었던 조대행 가톨릭대의대 교수는 '사람, 산에 오르다-산악인 구술조사보고서 Ⅳ'에서 박상열의 세계 최초 8천700m 야영이 1978년 5월8일 이탈리아 산악인 라인홀트 매스너의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 성공에 영향을 줬을 거라고 짚었다.

이후 고인은 1989년 대구·경북연맹이 추진한 히말라야 초오유 원정대장을 맡았지만, 정상 등정 대원이 1995년 월간 '사람과 산'에 찾아가 "내가 오른 곳은 정상이 아니었다"고 양심 선언을 하면서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1992년 아콩카쿠아 원정대장, 1999년 칸첸중가 원정부단장, 2000년 새천년 에베레스트 원정단장, 1983∼2001년 대한산악연맹 이사 및 부회장. 2001∼2003년 대구시산악연맹 회장으로 활동했다. 1977년 에베레스트 등정으로 체육훈장 맹호장과 자랑스런 대구시민상을 받았다.

2007년 에베레스트 등정 성공 30주년을 맞아 책 '아! 사카르마타의 여신이여…'를 펴냈다. 에베레스트 원정 후 시력을 점점 잃어가다가 왼쪽 눈을 실명했고, 발 뒤꿈치는 당시 걸린 동상 탓에 이식수술을 받았다. 말년에는 파킨슨병과 치매로 투병했다. 부인 김근복씨는 "첫 등정 성공의 영광을 놓친 걸 후회하기보다는 세계 최초 8천700m 야영 기록을 자부했다"며 "7년쯤 전까지 팔공산에 올라갔고, 한 2년 전까지도 동네 야산에 다녔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 김근복씨와 사이에 1남1녀(박승준<가온전선 동해남부영업소장>·박정완)와 며느리 오유경씨, 사위 김영진씨 등이 있다. 빈소는 대구파티마병원 장례식장 501호실, 발인 28일 오전 10시, 장지 영천 만불사. ☎ 053-940-8198

1977년 에베레스트 등정 후 귀국하여 환영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는 고인

[사람, 산에 오르다-산악인 구술조사 보고서Ⅲ 65쪽에서 재촬영]

※ 부고 게재 문의는 팩스 02-398-3111, 전화 02-398-3000, 카톡 okjebo, 이메일 (확인용 유족 연락처 필수)


세계 최초 '8천700m 야영' 기록…산악인 박상열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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