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여행 준비까지 마쳤는데” 태극마크 불발된 한국계 162km 파이어볼러…WBC서 마무리 역할 누가 맡을까

[SPORTALKOREA] 한휘 기자= 도쿄로 떠날 준비를 모두 마쳤다. 그렇기에 부상이 더욱 아쉽다.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이야기다.
KBO는 19일 “전력강화위원회는 부상으로 인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가 어려워진 오브라이언을 대체할 선수로 김택연(두산 베어스)을 확정하고 WBC 조직위에 선수 교체 승인을 요청했다”라고 알렸다.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오브라이언은 지난 15일(한국시각) 소속팀 훈련에서 불펜 투구를 진행하다가 오른쪽 종아리에 통증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 증세가 호전되는 듯했으나 끝내 WBC 차출은 불발됐다.

우완 투수 오브라이언은 어머니가 한국 태생의 한국계 미국인인 혼혈 선수다. 미들 네임이 ‘준영’이라는 한국식 이름이기도 하다. 따라서 WBC에 한국 대표팀 소속으로 출전할 수 있었지만, 한동안 빅리그에서 인상을 남기지 못해 잘 거론되진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만 30세의 다소 늦은 나이에 뒤늦게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최고 시속 100.5마일(약 162km)에 달하는 싱커를 앞세워 호투했다. ‘땜빵’ 추격조로 시작해 필승조를 거쳐 종국에는 마무리 투수 자리까지 꿰찼다.
시즌 성적은 42경기 48이닝 3승 1패 6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2.06이다. 1년 전만 하더라도 메이저리그(MLB) 통산 성적이 10경기 1패 평균자책점 10.45였던 그는 이제 2026시즌 세인트루이스의 ‘수호신’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오브라이언의 이러한 활약에 KBO에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시즌 중반부터 대한민국 대표팀 소집을 위해 여러 차례 접촉하며 교감했고, 오브라이언 역시 차출에 흔쾌히 동의하며 일사천리로 절차가 진행됐다.

지난달에는 아직 KBO나 전력강화위원회에서 별다른 소식을 내지 않았음에도 오브라이언이 직접 구단 기자회견 자리를 빌어 태극마크를 단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이렇듯 선수 본인도 큰 기대감을 보였기에 더욱 아쉬운 부상이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오브라이언은 “부상 회복에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려서 WBC 참여가 어려워졌다”라며 “대표팀 발탁은 나와 내 가족에게 매우 뜻깊었다. 가족들은 (도쿄에서 열리는) 경기를 보러 여행 준비까지 마쳤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함께하고 싶지만, 다가오는 시즌을 위해 건강 회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라며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고, 훗날 다시 한 번 나라를 대표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라고 다음을 기약했다.

한편, 오브라이언이 이탈하며 대표팀은 불펜 운영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됐다. 당초 류지현 감독은 오브라이언을 마무리로 점찍고 큰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이제는 토종 투수 가운데 다른 선수를 낙점해야 한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마무리 투수 역할로 좋은 성과를 남겼고, 지난해 네이버 K-베이스볼 시리즈 평가전에서도 인상적인 투구를 펼친 박영현(KT 위즈)의 이름이 먼저 거론된다. 지난 평가전처럼 ABS가 없는 환경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인 투구를 펼친 점이 특히 긍정적이다.
지난해 리그 성과만 보면 조병현(SSG 랜더스) 역시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마무리 투수 중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30세이브 고지를 밟으며 SSG의 3위 도약을 진두지휘했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2차 캠프를 진행 중인 대표팀은 오늘(20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총 6차례 KBO 리그 구단과 평가전을 진행한다. 이번 평가전에서 오브라이언이 없는 불펜진 운용에 해답을 낼 수 있을지 눈길이 간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제프 존스 기자 X(구 트위터) 캡처, KT 위즈, SSG 랜더스 제공
관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