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이 있다. 타자랑 안 싸우고 자신과 싸워" 159km 국대 선발 셀프 진단→"네 공은 韓 1등,…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투수 4관왕 출신 레전드 윤석민(전 KIA 타이거즈)이 '국가대표 에이스' 곽빈(두산 베어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곽빈은 두산을 대표하는 에이스이자 국가대표 1선발을 맡을 재능으로 꼽히는 리그 정상급 투수다. 배명고를 졸업하고 2018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그는 지난해까지 통산 152경기 47승 40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 중이다.
2023년(12승)과 2024년(15승)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곽빈은 2025년 부상으로 시즌을 늦게 출발해 19경기 5승 7패 평균자책점 4.20으로 주춤했다. 성적은 아쉬웠으나 '강속구'는 발전을 이뤘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50km/h를 넘어섰고(스탯티즈 기준 151.4km/h), 9월 28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개인 최고 구속인 159km/h를 던져 모두를 놀라게 했다.
곽빈은 17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사이버 윤석민'에 출연해 윤석민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윤석민이 "투구 폼과 팔 각도를 바꾸면서 공이 빨라졌다는 이야기가 있다"라고 말하자, 곽빈은 "부상을 겪은 뒤 재활하면서 어깨와 팔꿈치의 부담을 줄이고 싶어서 팔 각도를 낮췄다"며 "1군에 올라와서 던지니 내가 생각해도 공의 각이 (타자가) 너무 치기 쉬운 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안 되겠다'해서 팔을 점점 올리기 시작했더니 제구가 안 되더라.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에 팔을 다시 낮춰 (ABS 존의) 상단을 쓰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기록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경기 초반 150km/h 중후반의 강속구를 던지다가도 4회 이후 급격히 구속이 떨어지는 점에 대해 곽빈은 "원래 불펜 피칭을 안 하는데 작년부터는 했다. 투구 폼도 교정할 겸 공도 많이 던졌는데 (불펜 피칭 때문에 경기에 쓸) 체력이 조금 떨어졌던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윤석민이 "투구 폼 교정을 시즌 때 하는 것은 괜찮다. 그런데 시합 때도 그걸 신경 쓰느냐"라고 묻자, 곽빈은 "저는 조금 병이 있다. 사실 타자와 안 싸우고 나 자신과 싸운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저의 문제점을 다 알고 있다. 막상 시합 날이 되면 선발투수는 5~6일 준비하고 경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기회가) 너무 아까운 거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하다고 느끼다 보니 '원래 나대로 해야지'라는 자신감이 없다. 마음이 약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곽빈이 경기 전 40~50구씩 전력투구를 하며 몸을 푸는 습관에 대해 윤석민은 "나쁘지는 않다. 그걸 '반드시 하면 안 된다'라는 건 아닌데 (단계별로) 줄여서 30개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라며 "결국에는 자신감이다. 마운드에 올라가서 팔이 안 풀려도 (타자를) 상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불펜 피칭 횟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민은 "(곽빈) 너의 공은 위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1등이다. 누구나 다 인정한다. 김광현(SSG 랜더스), 양현종(KIA)이 인정한다. 그런 선수들이 인정하는 건 그만큼 그만큼 네가 구위로서는 우리나라 톱클래스라는 것이다. 자꾸 겸손해하지 마라. '더 노력해야 한다, 더 완벽해야 한다'라는 생각은 독이 될 수 있다"라고 진심 어린 충고를 전했다.
곽빈은 "맞다. 코치님들도 '너무 잘하려 하지 말라'고 하신다. 웨이트 (트레이닝)할 때도 '이거 하면 다음 경기 승리투수 되겠지?' 이런 생각으로 하지 말라 하신다. (내 생각을 꿰뚫어 본 것 같아) 찔리더라"라며 윤석민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윤석민이 "(강박적인 성향을) 고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묻자, 곽빈은 "야구를 잘하려는 생각이 병적으로 있다. 그래도 조금 좋아진 것 같다. 조금 내려놨다"라고 답했다.
타자와의 수싸움에 대해 많은 조언을 건넨 윤석민은 "마운드에서 투수가 스피드155km/h를 찍는다고 5점 더 주고 그런 거 없다. 타자를 이기는 것만 생각해야 한다"라며 "네가 폼에 대해 (고민하고) 그런 거 하지 말라고는 안 하겠다. 더 열심히 해라. (대신) 캠프 때 연습 더 열심히 하고 마운드에서 (투구 폼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라"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연습 때 2배로 하고 마운드에서 (고민) 안 하기'라는 조항에 자신있게 사인한 곽빈은 "이제 공 하나 빠졌다고 마운드에서 갸우뚱하는 거 안하겠다"라고 변신을 다짐했다.

사진=뉴시스, 두산 베어스 제공, 유튜브 '사이버 윤석민' 캡처, 뉴스1
관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