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영입 제안도 거절→코치로 새 출발' 국민거포, "내 선수 생활은 100점...신뢰 줄 수 있는 코치 되고 싶어…

[SPORTALKOREA=고척] 오상진 기자= "선수 생활로 보면 100점을 주고 싶다."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국민거포' 박병호(키움 히어로즈)가 21년 프로생활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100점 만점'의 후한 점수를 매겼다.
박병호는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기자회견서 은퇴를 결심한 계기, 코치로서 새롭게 출발하는 마음가짐 등에 대해 밝혔다.
'영웅 군단'에 다시 합류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박병호는 "우연히 안부 차원에서 통화를 하다가 은퇴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키움에서) 며칠 뒤 선수로서 영입하겠다고 했다"라며 "내가 '선수로는 이제 정말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또 대화를 나누던 중 코치 제안이 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점점 부상도 많아졌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는 생각하지만, 경쟁에서 지고 실력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는 서서히 준비했다"라며 은퇴가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었음을 밝혔다.
현역 생활에 대한 아쉬움은 없냐는 질문에 박병호는 "일단 목표를 세웠던 건 400홈런이다. 400홈런을 달성하면서 개인적인 목표는 다 이뤘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가을야구도, 한국시리즈도 많이 뛰어봤는데 우승을 한 번도 못 해보고 은퇴한 게 가장 아쉽다"라며 개인 기록보다 우승 반지를 차지하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했다.

성남고 시절 고교야구 최초의 4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초특급 유망주로 주목받은 박병호는 2005 신인 드래프트서 1차 지명으로 큰 기대를 받으며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프로 생활 초반은 순탄치 않았다. 2군 무대에서는 차원이 다른 기량을 뽐냈으나 1군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만년 유망주' 꼬리표가 붙었다.
2011년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현 키움)으로 이적하며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넥센을 이끌었던 김시진 감독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며 4번 타순에 고정된 박병호는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13개)을 기록하며 알을 깨고 나왔다.
박병호는 "김시진 감독님은 '어떻게 하면 삼진을 당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선수를, 삼진을 당해도 칭찬받는 선수로 변화시켜 주신 분이다. 박흥식 코치님과 허문회 타격코치님을 만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라며 당시 넥센의 감독-코치진을 만나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후 박병호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홈런타자로 우뚝 섰다. 2012년 31홈런을 기록한 그는 홈런왕 타이틀을 비롯해 타점, 장타율 1위를 휩쓸며 생애 첫 MVP와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2013년에도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1위를 기록하며 2년 연속 MVP와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다.

박병호는 2014년(52홈런)과 2015년(53홈런) 2시즌 연속 50홈런을 기록하며 절정의 기량을 뽐낸 뒤 미국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빅리그의 벽은 높았다. 2016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12개의 홈런을 터뜨렸으나 타율 0.191로 크게 부진했다. 2017년에는 스프링캠프서 19경기 타율 0.353 6홈런 13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끝내 개막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후 마이너리그에서만 한 시즌을 보낸 그는 미국에서 2시즌을 마치고 한국 무대로 복귀했다.
실패했다고 볼 수 있는 미국 도전이었지만, 박병호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미국에 다녀와서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흔히 '우물 안의 개구리'라고 이야기하는데, 나도 미국에 가기 전까지는 몰랐다. 당시 나는 전성기였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고 야구 적으로 조금 더 멋있어 보이려고도 하고, 자만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라며 "엄청나게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슈퍼스타들이 야구장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2018년에 히어로즈에 복귀했을 때 마음먹었던 것 중 하나가 MLB 선수들을 보고 배운 부분을 남은 야구 인생에서 꼭 지켜나가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KBO리그 복귀 첫해인 2018년 43홈런 112타점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한 박병호는 이후 조금씩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0년(0.223)과 2021년(0.227) 2년 연속 타율이 2할 초반에 머무르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국 '히어로즈 레전드'로 남을 줄 알았던 그는 KT 위즈와 FA 계약을 맺고 새롭게 출발했다.
2022년 홈런 1위(35개)에 오르며 부활의 기미를 보인 박병호는 2023년 18홈런에 그치며 다시 주춤했다. 2024년 부진한 출발을 보인 그는 좁아지는 입지에 은퇴까지 결심했으나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해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이적 후 76경기서 20홈런을 터뜨렸고, 선수로서 마지막 목표인 '400홈런' 고지까지 밟았다. 지난해 15개의 홈런을 추가한 그는 통산 1,767경기 타율 0.272 418홈런 1,244타점 70도루 OPS 0.914의 성적을 남기고 현역에서 물러났다.

박병호는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넥센 시절 창단 첫 가을야구를 꼽았다. 그는 "나도 무명 선수였다가 처음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한 거였다. 당시 사연 있는 선수들이 많이 모인 팀이었는데, 그런 선수들과 똘똘 뭉쳐 가을야구에 처음 진출했을 때 같이 행복해하고 기뻐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통산 418홈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으로는 400홈런을 꼽았다. 박병호는 "항상 기록에 관해 이야기 할 때 개인적인 목표를 말하지 않았다. 선수 생활 막바지에는 400개를 치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그게 삼성에서 나왔다. 그 홈런이 400개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박병호는 "선수 생활로 보면 100점을 주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빛을 본 선수가 아니었다. 힘들게 야구를 시작해서 노력을 통해 전성기에 홈런왕도 해보고 MVP도 해봤다. 짧지만 미국에도 진출해 봤다. 그런 부분에서 제 스스로 100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프로 생활 21년에 대한 점수를 매겼다.
지도로 새롭게 출발하는 박병호는 "첫 지도자 생활이 잔류군 담당이라 오히려 더 좋았다. 나도 어렸을 때와 선수 마지막 시기에 힘든 시간을 많이 겪었다. 그래서 선수들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로 생각한다. 동기 부여가 되는 코치가 되고 싶다"라며 "고참 선수 박병호가 아닌 막내 코치로서 시작하기 때문에 먼저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지켜보며 선수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며 많은 선수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코치가 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스포탈코리아, 뉴스1, 게티이미지코리아, 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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