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선수들과 큰 무대에 올라 마지막 경기가 농구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현역 생활 카…

[SPORTALKOREA=인천] 이정엽 기자= 지난해 아쉬움을 털기 위해 현역 연장을 선택한 하나은행 김정은이 올 시즌 최고의 피날레를 위해 휴식기에도 연일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올해 마지막 경기를 농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지난 5일 인천 서구 청라 글로벌 캠퍼스에서 만난 김정은은 "사실 지난 2023년 봄, 하나은행에 다시 왔을 때 2년은 덤이라고 생각했다"며 "계약을 2년 했는데 딱 2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고 은퇴하려고 했는데 지난 시즌 선수들이 다 다치면서 이렇게 은퇴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번복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음 우리은행에 있을 때도 은퇴 생각을 하긴 했는데, 그때도 우리가 우승할 수 있다고 확신했는데 발목을 다쳐서 시즌 도중 수술을 하면서 끝났다"며 "은퇴 생각을 하는 시즌에는 항상 이런 일이 생기더라"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상범 감독과 정선민 코치가 합류한 하나은행은 이번 시즌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WKBL을 접수했다. 전반기가 끝난 현재 10승 3패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2위 KB스타즈와 격차가 3경기에 이를 정도다.
이 감독은 부임 후 남자 선수와 같은 고강도 훈련을 반복했고, 선수들은 지옥 훈련 속에서 성장했다. 김정은도 하나은행 이적 후 2배 이상 강도가 셌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김정은은 "작년에는 (양)인영이, (김)시온이, (정)예림이 등 주축 선수들이 모두 돌아가면서 아파서 어린 선수들이 뛰었다"며 "농구 실력도 부족한데 체력도 부족하면서 에너지 레벨도 나오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올해는 정말 훈련을 힘들게 해서 아이들은 힘들어했지만, 저는 쾌재를 불렀다"고 이야기하며 "젊을 때는 이 정도로 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코트에서 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하는 걸 보니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하나은행은 창단 이후 늘 뒷심이 강한 팀이 아니었다. 김정은이 전성기 시절을 보냈던, 강이슬, 염윤아, 신지현이 함께했을 때도 4쿼터에 10점을 앞서도 불안한 팀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정반대가 됐다. 이 감독은 고서연, 정현, 박소희, 박진영 등 어린 선수들을 초반에 내세워 판을 흔들고 김정은과 이이지마 사키를 승부처에서 동시에 기용해 승부를 결정짓고 있다. 지난 12월 28일 열린 KB와의 경기에서도 1쿼터에는 21-26으로 뒤졌지만, 2쿼터부터 22-9로 뒤집었고, 3~4쿼터에도 체력과 페이스를 유지하며 박지수가 뛴 KB를 격파했다.
김정은은 "감독님이 그런 플랜을 너무 잘 짜신 것 같다"며 "앞에서 (고)서연이, 정현, (박)진영이가 너무 잘 버텨주면서 지금까진 계획이 성공적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키가 너무 잘해주고 있어서 사키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아무리 제가 베테랑이라도 승부처에서 혼자서 끌고 가지 않을 수 없는데 정말 잘해주고 있다"며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지난달 20일 김정은은 통산 600경기를 돌파한 뒤 21일 601경기째 경기를 소화했다. 601경기는 임영희 현 우리은행 코치의 기록을 넘어선 WKBL 역대 최다 출전 경기다. 또 김정은은 WKBL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하는 등 '살아있는 전설'로서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김정은은 "또 이루고 싶은 기록은 이제는 없다"고 손사레치며 "지금까지 뛰는 것도 저는 오버해서 뛰는 것 같아서, 이 기록이 모두 깨져도 상관이 없고 좋다"고 했다. 이어 "제 농구 인생은 너무 굴곡이 많았는데 그걸 다 견뎌내고 이겨냈다는 것이 처음으로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며 "이제는 하나은행 선수들과 마지막 큰 무대를 뛰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정은의 프로 20년 농구 인생에서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고 감격에 벅찼던 순간은 지난 2016~17시즌 우리은행 이적 후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을 때다. 당시 김정은은 프로 데뷔 후 13년 만에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고, MVP까지 차지했다. 우승이 확정되기 직전부터 눈시울을 붉혔던 그는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자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정은은 "신세계·하나은행에서 뛸 때는 제가 조금 더 잘해서 뭐를 바꾸겠다는 마음이 들끓었던 시기였는데, 창단 후 한계를 느끼고 부상도 당하고 팀에서 버려지듯이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며 "그때는 우승했다는 것도 있었지만, '김정은은 이제 끝났다'는 소리를 들으며 밑바닥에 있다가 명예회복도 하고 정말 모든 것을 다 이룬 순간이라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김정은은 앞으로 남은 17경기, 그리고 이후 치를 수 있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완성하고자 한다.
김정은은 "저희가 생각하지도 못한 성적을 내면 이게 마지막 농구 인생에서 정말 최고의 순간이 될 것 같다"며 "이제는 정말 최대한 많이 이기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사진=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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