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연속 따낸 돌을 사석 통에 넣지 않아 경고 2회 누적
변상일, 커제 7연패 뒤 첫 승…23일 최종 3국서 우승 결정
커제 9단의 규칙 위반에 대해 심판이 설명하고 있다.
[바둑TV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메이저 세계기전인 LG배 결승전에서 초유의 반칙패가 발생했다.
22일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 신관에서 열린 변상일 9단과 커제 9단의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3번기 2국에서 커제가 두 차례나 '사석(死石·따낸 돌) 관리' 규칙을 위반해 반칙패를 당했다.
이틀 전 열린 1국에서 승리했던 커제는 이날 백번으로 초반 18수 만에 우상귀에서 흑 1점을 따냈으나 사석 통에 제대로 넣지 않았다.
대국은 계속 진행됐으나 백 44수가 착수된 뒤 이 상황을 파악한 유재성 심판이 커제에게 경고와 벌점 2집 공제를 선언했다.
위빈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대국장으로 건너와 항의했으나 33분 만에 중국 측이 수긍해 경기가 재개됐다.
변상일(오른쪽)이 커제에게 반칙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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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과 몇십수 뒤 커제가 다시 사석 규정을 위반했다.
커제는 백 80수에 역시 우상귀에서 흑 1점을 따냈다.
하지만 따낸 돌을 또 사석 통에 넣지 않은 채 82수째에 착수하자 변상일이 이의를 제기했다.
상황을 확인한 심판은 커제에게 '경고 2회' 누적으로 인한 반칙패를 선언했다.
중국은 또 이의제기했으나 주최 측은 사전에 한국 경기 규정을 설명한 점과 영상판독으로 커제의 사석관리 위반을 확인한 점 등을 들어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메이저 세계기전 결승전에서 반칙패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LG배 결승 2국 바둑판이 검은 덮개에 가려진 채 중단됐다.
[바둑TV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기원은 지난해 11월 규칙 개정을 통해 '제4장 벌칙' 조항 18조에 따낸 돌을 사석 통에 넣지 않으면 경고와 함께 벌점으로 2집 공제를 결정했다.
조항 19조에는 경고 2회가 누적되면 반칙패가 선언된다고 명시됐다.
한국 바둑에서는 사석을 계가 때 사용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대국 도중 상대 사석 수를 확인하고 형세 판단을 한다.
한국기원은 이런 개정 내용을 중국 측에 명확하게 알렸으며 지난해 열린 삼성화재배에서도 적용했다고 밝혔다.
바뀐 규칙에 따라 KB바둑리그에 용병으로 참가 중인 중국의 진위청 8단이 최근 대국에서 사석 규칙 위반으로 벌점을 받은 적도 있다.
커제 9단
[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데 한국과 달리 중국 바둑 규칙에서는 사석이 의미가 없다.
중국 바둑은 사석과 관계없이 반상의 살아있는 돌만으로 집을 계산한다.
따라서 중국 선수들은 평소 사석을 바둑판 근처 아무 곳에 던져 놓거나 손에 쥐고 대국하는 경우도 있다.
바뀐 한국 규칙을 제대로 숙지 못해 반칙패를 당한 커제는 강력하게 항의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커제의 반칙패로 1승 1패가 된 이번 LG배 우승자는 23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최종 3국에서 가려지게 됐다.
변상일은 커제를 상대로 7전 전패를 당하다 첫 승리를 거뒀다.
LG배 우승 상금은 3억원, 준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제한 시간은 각자 3시간에 초읽기 40초 5회다.
커제 '사석 관리' 두 번 위반…LG배 결승 2국 초유의 반칙패(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