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357억 공중분해’ 또 한 줄 추가된 그들의 ‘먹튀’ 잔혹사…최대 계약 ‘TOP 5’ 중에 4명이 망했다니

[SPORTALKOREA] 한휘 기자= LA 에인절스의 ‘먹튀 잔혹사’는 과연 언제쯤 사라지게 될까.
미국 현지 매체 ‘디애슬레틱’은 지난 12월 31일(이하 한국시각) “소식통에 따르면, 앤서니 렌던과 에인절스가 잔여 계약 재조정에 합의했다”라며 “에인절스는 올해 렌던의 연봉인 3,800만 달러(약 550억 원)를 향후 3~5년에 걸쳐 나눠 지급한다”라고 알렸다.
렌던은 한때 내셔널리그(NL)를 대표하는 3루수였다. 워싱턴 내셔널스 시절 7시즌 통산 916경기 타율 0.290 136홈런 546타점 OPS 0.859라는 빼어난 활약을 선보였고, 특히 2019년 월드 시리즈 우승을 견인하고 MVP 투표 3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그런 렌던이 우승 직후 FA 시장에 나왔다. 에인절스가 낚아챘다. 7년 2억 4,500만 달러(약 3,549억 원)의 거액을 안겼다. 당시만 하더라도 생각보다 싸게 잡았다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로 렌던을 향한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에인절스 이적 후 렌던은 MLB 역사에 남을 ‘먹튀’로 전락했다. 단축 시즌으로 진행된 2020시즌에만 규정 타석을 채웠고, 이후로는 계속해서 부상에 시달리며 한 시즌 60경기도 채우지 못했다. 심지어 고의적으로 태업을 한다는 논란도 뒤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2월 스프링캠프에서는 “야구가 내 인생에서 최우선 순위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야구는 직업일 뿐이며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한다. 나는 야구보다 신앙과 가족이 우선이다”라고 인터뷰를 해 에인절스 팬들의 분노를 더 키웠다.
렌던은 이 인터뷰 이후 고관절 수술로 재차 수술대에 올랐다. 결국 올해 한 경기도 뛰지 않았다. 최근 5시즌간 에인절스가 소화한 810경기 중 렌던이 출전한 것은 고작 205경기다. MLB ‘먹튀’ 역사를 새로 쓴 수준이다.

결국 에인절스는 재정 건전화를 위해 렌던과의 협상에 나섰다. 렌던이 2026년에도 경기에 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잔여 연봉을 ‘지급 유예’ 처리해 올해 지출 금액을 조금이라도 줄여볼 심산이었다. 결국 에인절스와 렌던이 합의에 도달하면서 둘의 동행은 마무리된다.
이리하여 렌던은 에인절스의 ‘먹튀 잔혹사’에 본인의 이름을 깊이 새겨넣게 됐다. 에인절스는 유독 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들이 실패하는 사례가 많기로 악명이 높은데, 렌던도 이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에인절스 역대 계약 규모 상위 5명은 마이크 트라웃(12년 4억 2,650만 달러), 렌던, 알버트 푸홀스(10년 2억 4,000만 달러), 조시 해밀턴(5년 1억 2,500만 달러), 저스틴 업튼(5년 1억 600만 달러)다. 그런데 이 가운데 트라웃을 제외한 모두 ‘먹튀’가 됐다.

렌던과 푸홀스는 MLB 역사에 길이 남을 ‘악성 계약’이라는 평가에 시달렸고, 해밀턴은 MVP 후보였던 선수가 이적 직후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다 2년 만에 팀을 떠났다. 업튼 역시 계약 첫 시즌만 ‘반짝 활약’을 펼치고 침묵했다.
미진한 활약도 활약이지만, 출장 경기 수 자체가 적은 것도 문제다. 트라웃을 포함해 이 5명은 합산 5,100경기 가운데 약 51.5%에 불과한 2,627경기에만 나섰다. 결장 빈도와 출장 빈도가 거의 비슷하다.
트라웃을 제외한 4명의 계약 규모 총합은 무려 7억 1,600만 달러(약 1조 357억 원)에 달한다. 큰 투자를 감행해놓고 얻은 성과는 거의 없다. 거액이 ‘공중분해’된 셈이다.
에인절스의 아르테 모레노 구단주는 MLB에서 손꼽히는 ‘막장 구단주’로 악명이 높다. 선수 육성이나 의료진, 구단 시설 보강 등에는 거의 돈을 쓰지 않았고, 이것이 대형 ‘먹튀’의 양산으로 이어졌다. 렌던 역시 이를 피하지 못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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