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나설까? ‘독립리그→日 신기록’ 인생 역전 필승조, 이변 없이 WBC로…“좋은 선수 많은데 선발돼 영광”

[SPORTALKOREA] 한휘 기자= 올해 일본프로야구(NPB) 신기록을 세운 ‘인생 역전 필승조’를 대한민국 대표팀이 만나게 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일본 야구 대표팀은 지난 26일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소집할 선수 명단을 1차 발표했다. 이번에 참가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선수는 총 8명이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비롯해 키쿠치 유세이(LA 에인절스), 마츠이 유키(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메이저리그(MLB) 선수 3명이 합류했다. 여기에 이토 히로미(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 오타 타이세이(요미우리 자이언츠), 타네이치 아츠키(치바 롯데 마린즈), 타이라 카이마(사이타마 세이부 라이온즈) 등 NPB를 대표하는 투수들이 대거 승선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이름이 또 있다. 올해 한신 타이거스의 필승조를 맡은 이시이 다이치다. 국가대표 평가전에서는 이미 얼굴을 비춘 바 있는 이시이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WBC 대표팀에 차출되는 기쁨을 안게 됐다.
이시이는 올해 53경기 53이닝을 던지며 1승 9세이브 36홀드 평균자책점 0.17 42탈삼진을 기록했다. NPB 창설 이래 89년 역사상 50경기 이상 등판하면서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50경기 연속 무실점 역시 이시이가 최초다.
이에 시즌 후에는 구단을 향해 향후 MLB 도전을 허락해달라 요청하는 등, NPB를 넘어 더 큰 무대를 넘보기 시작했다. 이번 WBC가 그에게는 일종의 ‘쇼케이스’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록을 남긴 이시이는 인생 자체가 드라마인 인물이다. 고등학교를 전문학교로 진학하며 야구를 포기하려다가 뒤늦게 진로를 바꿔 독립리그 무대로 향했다. 고교 시절 최고 구속은 137km/h에 그쳤지만, 훈련을 거쳐 독립리그에서는 150km/h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렸다.
이에 2020년 드래프트 8라운드에서 한신의 지명을 받았다. 입단 첫해부터 1군 데뷔에 성공했다. 이로써 이시이는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NPB에 데뷔한 일본 야구 사상 최초의 선수가 됐다. 그야말로 ‘인간승리’ 그 자체였다.
놀랍게도 이시이의 ‘드라마’는 이제 시작이었다. 2시즌 간 경험을 쌓은 이시이는 2023년 1군 정규 멤버로 자리를 잡았다. 전문학교 출신 선수로는 처음으로 1군 승리를 기록하는 등 44경기 40이닝 1승 1패 19홀드 평균자책점 1.35로 호투해 한신의 38년 만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에는 데뷔 첫 세이브를 수확하는 등 56경기 48⅔이닝 4승 1패 1세이브 30홀드 평균자책점 1.48로 더 발전한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올해 잠재력을 제대로 터뜨리고 신기록까지 세웠다.

관건은 이런 선수를 한국 타자들이 상대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표팀에서도 필승조 중책을 맡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만약 경기가 큰 격차 없이 접전으로 흘러간다면 이시이가 한국전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시이는 최고 155km/h의 강속구와 함께 슬라이더와 싱커를 주로 구사한다. 변화구의 수준도 좋으나 패스트볼의 구위가 매우 묵직해 이를 얼마나 잘 공략하느냐가 관건일 전망. 기나긴 한일전 연패를 끊기 위해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다.
한편, 이시이는 대표팀 선발이 발표된 후 구단을 통해 “타 구단에도 좋은 선수가 많은데 WBC 대표팀에 선발돼 영광이다”라며 “느껴본 적 없는 중압감이나 불안도 있지만, WBC 연패를 위해 조금이라도 힘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사진=한신 타이거스 공식 X(구 트위터), 고치 파이팅 독스 공식 X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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