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선택으로 마음 아프게 해서 죄송하다" 두산 떠난 김재환, 18년의 진심 담아 마지막 인사

[SPORTALKOREA] 김지현 기자= "기대에 어긋난 선택으로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2008년 4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김재환이 18년 만에 친정을 떠나 SSG 랜더스로 둥지를 옮겼다.
그리고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재환은 먼저 본인의 선택으로 실망을 안긴 것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최근 제 선택을 두고 많은 비판과 실망의 목소리가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제 이름을 외쳐주시고 박수 보내주셨던 만큼, 그 기대에 어긋난 모습과 선택으로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두산은 올 시즌 후 지난 달 김재환과 재계약 협상을 이어갔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보류 선수 명단에서 그를 제외했다.
김재환이 FA 승인을 신청했을 경우 그를 영입하는 구단은 보상 선수 1명과 전년도 연봉 100%인 10억 원 또는 전년도 연봉 200%인 20억 원을 원 소속구단인 두산에 내줘야 했다.
하지만 FA 신청을 포기하고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지면서 보상 규정에서 자유로워졌다. 김재환은 이를 노리고 규정의 허점을 이용했다는 비판에 휘말렸다.
김재환 역시 마음고생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11월 내내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할 만큼 고민했다. 제가 힘들 때조차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셨던 팬분들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지난 몇 년간 두산에서 기량이 하락한 부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고백했다. 김재환은 "홈런 타자의 모습이 사라진 저를 안타까워해주시는 팬들, 동료들, 구단 직원분들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고 썼다.
최근에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2023년 타율 0.220 10홈런 장타율 0.331에 그친 김재환은 지난해 타율 0.283 29홈런 장타율 0.525로 살아났지만, 올해에는 또 아쉬운 성적을 냈다. 올 시즌 103경기에서 타율 0.241 13홈런 50타점 장타율 0.404에 OPS 0.758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팀을 떠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더 이상 많은 분들께 실망과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라며 "다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지만, 열심히만으로는 결과를 바꾸기 어려운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끝에서,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도전해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재환에게 손을 내민 SSG는 그가 타자 친화적인 SSG랜더스필드에서 충분히 재기해 팀 장타력 상승에 도움을 줄 것으로 봤다.
뉴시스에 따르면 김재현 SSG 단장은 "김재환이 SSG랜더스필드에서는 한 시즌에 20개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을 것"이라며 "김재환이 올 시즌 홈으로 쓴 잠실구장과 SSG랜더스필드에서의 OPS 차이가 큰 것은 구장에 따라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 OPS 0.783(출루율 0.356·장타율 0.427), 52홈런을 기록한 김재환이 이 기간 SSG랜더스필드에서 OPS 0.802(출루율 0.379·장타율 0.423)를 작성했다. SSG가 기대하는 근거다.
SSG는 올 시즌 팀 홈런 127개로 5위에 머물렀다. 팀 OPS 부문에서 0.706으로 공동 8위였고, 장타율도 0.376으로 7위에 그쳤다. 젊은 거포들의 성장이 더뎠고, 기존에 중심 타선을 지키던 최정과 한유섬이 부상, 부진에 시달리면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구단은 김재환이 팀 내 젊은 거포들의 성장에 긍정적인 자극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더불어 SSG랜더스필드는 KBO를 대표하는 타자 친화 구장으로 홈런이 많이 나오는 만큼, SSG 타선에서 장타 생산을 책임져줄 적임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SSG 랜더스 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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