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는 언더핸드 무덤? 공략법 찾은 '2년 연속 2점대 ERA' 23년차 베테랑, 또 한 번 韓야구 최초 역사 꿈꾼다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40대의 나이도,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의 까다로움도 그에게는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베테랑 투수 우규민이 언더핸드 투수에게 다소 불리하다고 알려진 'ABS 존'을 상대로 2시즌 연속 뛰어난 성적을 거둔 비결을 밝혔다.
우규민은 지난달 25일 공개된 유튜브 '스톡킹'에 노경은(SSG 랜더스), 김진성(LG 트윈스) 등 40대 투수들과 함께 출연했다.
김선우 해설위원이 "ABS 도입 후 언더핸드 투수는 (성적이) 안 좋은데 2년 연속 잘했다. 어떤 방법을 찾은 건가?"라고 묻자, 우규민은 "원래 체인지업을 잘 안 던지는 유형인데 '그러면 (스트라이크 존) 위로 한 번 써보자'라고 생각했다. 타자들이 높은 볼에 반응을 어려워하더라. (공을) 쳐도 결국에는 범타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아예 과감하게 횡적인 부분을 버리고 그냥 위로 던졌다"라고 설명했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사이드암 투수는 기본적으로 낮게 던져야 한다는 통념이 있다"라며 "작년에 우규민에게 '어떻게 이렇게 잘 던지는 거야?'라고 물어보니, '선배님 저는 오히려 (스트라이크 존의) 위를 씁니다'라고 하더라. '그거 힘들잖아?'라고 하니 '아닙니다. 그게 (존에) 걸립니다'라고 했다. 그걸(공략법) 찾아내더라"라며 그의 영리함을 칭찬했다.
우규민은 "(높은 코스로 던지면) 타자들이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을 때가 많다. 그 볼이 만약 스트라이크 콜을 받으면 거기에 또 던지려 한다"라며 "(코스가) 비슷하면 타자들은 (방망이가) 무조건 나오게 되어 있다. 그래서 (타자와 승부를) 많이 이겼다"라고 밝혔다.

2024년 ABS 도입 후 많은 사이드암, 언더핸드 투수들이 스트라이크 존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좌우 변화에 중점을 둔 구종들이 ABS 도입 후 존을 벗어나며 혼란을 겪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우규민은 달랐다. 2023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평균자책점 4.81을 기록하며 주춤했던 그는 KT 위즈 이적 후 새롭게 도입된 ABS 존의 특성을 빠르게 파악해 45경기 4승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49의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그 결과 우규민은 지난해 11월 40세의 나이로 KT와 2년 총액 7억 원의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KBO리그 역사상 3번의 FA 계약을 맺은 투수는 우규민이 유일하다.

올해도 활약은 이어졌다. 53경기에 출전해 1승 2패 9홀드 평균자책점 2.44로 KT 불펜에서 쏠쏠한 역할을 했다. 피안타율(0.272→0.259),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13→1.08) 등 세부 지표는 더 좋아졌다. 우규민이 내년에도 건재함을 증명한다면 사상 초유의 'FA 4회 투수'가 탄생할 수도 있다.
2003년 LG 트윈스에 입단해 어느덧 프로에서 23년을 보낸 우규민은 "어렸을 때는 그런 게 조금 있었다. (후배로) 띠동갑이 들어오면 삼촌, 아저씨 같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선수 생활 목표를) 띠동갑으로 잡았다. 그렇게 되면 '은퇴할 시기가 오겠구나'라고 생각했다"라며 "그런데 하다 보니까 이제 곧 2바퀴 띠동갑이 된다"라고 말했다.
현역 최다 출장(857경기) 투수인 우규민은 개인적인 목표로 "우투수 최초 1,000경기 등판"을 꼽았다. KBO리그 역사상 1,000경기 이상 출전한 투수는 정우람(1,005경기)이 유일하다. 목표까지 143경기를 남겨둔 우규민은 최근 3시즌 50경기 내외로 등판(56-45-53)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로 3시즌 정도를 더 뛰었을 때 1,000경기 고지를 밟을 수 있다.

사진=뉴스1, 유튜브 '스톡킹' 캡처, 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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