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일이야’ 작년 허경민 이어 김재환까지 ‘급 이별’…두산의 외야 리빌딩, 선택 아닌 ‘필수’ 됐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두산 베어스의 외야 리빌딩은 이제 ‘필수’가 됐다. 1년 전에 갑작스러운 이별로 내야진 재편에 속도가 붙은 것처럼 말이다.
두산 구단은 26일 충격적인 소식을 알렸다. 지난 25일 보류 선수 명단에서 총 6명을 제외했는데, 그 가운데 ‘원클럽맨’이자 전성기 팀의 4번 타자를 맡으며 맹활약한 김재환이 포함된 것이다.
김재환은 1차 FA때 맺은 4년 115억 원 규모의 계약이 올해 끝났다. 이에 FA 자격을 재취득했으나 지난 8일 발표된 승인 선수 명단에는 없었다. FA 신청 없이 두산에 잔류할 것으로 보였는데,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보류 명단 제외라는 결말에 다다른 것이다.

상황은 4년 전 1차 FA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건우가 NC 다이노스로 이적하며 ‘비상’이 걸린 두산은 김재환과의 재계약 협상에 총력을 다했다. 하지만 당시 모기업 사정 등으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두산은 금액을 낮추는 대신 선수에게 유리한 옵션을 포함했다. 4년 계약이 끝난 후 두산과 다년 계약 협상을 우선 진행하고,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김재환은 FA 선수가 아닌 ‘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시장에 나왔다. 보상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두산은 18시즌을 동행한 프랜차이즈 스타를 땡전 한 푼 못 받고 허망하게 내보내게 됐다.
김재환의 소식에 KBO리그 전체가 ‘혼돈’에 빠졌다. 보상 선수도 없고, 외부 FA 영입 상한선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두산을 제외한 9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두산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김재환은 4년 전 FA 계약 당시 “처음부터 내 마음은 두산이었다”라며 “다른 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좋은 제안을 해주셨다”라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올해 FA 미신청도 팬들의 시선에서는 ‘백의종군’의 뜻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프로 무대의 냉정함이 있었다. 김재환의 매니지먼트사인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어떻게든 선수에게 유리한 계약을 만들기 위해 협상을 진행했고, FA 보상 규정을 회피하는 기막힌 ‘편법’을 완성했다. 그렇게 두산은 팀의 간판타자를 잃었다.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한 이적이라는 점에서 1년 전 허경민의 KT 위즈 이적을 연상하는 반응도 나온다. 허경민은 2021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4년 65억 원 보장에 3년 20억 원의 선수 옵션이 포함된 FA 재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2024시즌 후 보장된 4년의 계약 기간이 끝났다. 시즌 중에도 허경민이 여러 번 잔류 의사를 밝혔기에 옵션 실행이 유력하다는 평가였지만, 결과는 달랐다. 허경민은 KT와 4년 최대 40억 원에 계약하며 이적을 택했다.

그런데 당시 허경민의 이적과 이번 김재환의 보류 명단 제외는 닮은 면이 하나 더 있다. 야수진의 축을 맡던 베테랑 선수가 급거 이탈해 ‘리빌딩’이 강제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올해 두산은 허경민의 이적과 김재호의 은퇴로 내야진 ‘전면 개편’에 나섰다.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오명진, 임종성, 박준순 등 ‘뉴페이스’들이 빠르게 안착했다. 시즌 중 전역한 안재석도 기대 이상의 타격감을 선보였고, 시즌 말미에는 박지훈이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이번에는 김재환과의 ‘급 이별’이 닥쳐왔다. 사실 두산의 외야진은 지난해 내야보다도 세대교체가 시급한 상황이다.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정수빈이 쉬지 않고 중견수 수비를 소화해야 하는 지경이다. 여기에 김재환까지 이탈하면서 이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필수’가 됐다.


지명 당시 기대치를 전혀 채우지 못하고 있는 김민석, 김대한 등의 분발이 절실해졌다. 종종 1군에서 얼굴을 비춘 전다민, 올해 지명된 김주오나 신우열 등 ‘뉴페이스’들에게도 기회가 갈 전망이다.
아울러 김재환의 이탈로 지명타자 슬롯도 비교적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면 타격 잠재력은 있으나 수비 불안이 발목을 잡던 홍성호, 김동준 등 좌타 거포 유망주들도 조금 더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올해 두산은 9위로 미끄러지는 와중에도 내야진의 세대교체에 속도를 붙인 것 하나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제는 외야의 시간이다. 김재환이 나간 자리를 젊은 선수들이 메울 수 있느냐에 두산의 ‘십년대계’가 달렸다.


사진=두산 베어스, KT 위즈 제공
관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