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심부름하던 신입생에서 '1억 3천만 달러' 핵심 전력으로…보스턴이 선택한 21세 차세대 슈퍼스타는 누구?

[SPORTALKOREA] 김지현 기자= '커피 심부름'에 시달리던 새내기가 이제는 어엿한 메이저리그(MLB) 구단의 타선을 이끄는 ‘핵심 전력’으로 성장했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미래 전력의 중심축으로 낙점한 로만 앤서니는 2026시즌을 앞두고 팀 내 가장 중요한 젊은 카드로 평가받고 있다. 21세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구단의 간판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기대가 따르고 있다.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 역시 그의 성장 속도와 영향력을 높게 보고 있다.
앤서니는 2022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 이후 꾸준히 성장해 올해 MLB 파이프라인 선정 전체 1위 유망주로 올라섰다. 올 시즌 트리플A에서 시작한 그는 58경기 동안 타율 0.288 10홈런 29타점 OPS 0.914를 기록, 51개의 볼넷과 56개의 삼진을 기록하는 등 선구안 뛰어난 타자로 호평받았다.
이후 지난 6월 빅 리그에 콜업된 그는 메이저리그 승격 후에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6월 첫 15경기에서 타율 0.114, OPS 0.618로 어려움을 겪었다. 6월 한 달 성적도 0.210 1홈런 6타점 0.668로 부진했다.
그러나 7월부터 갑자기 다른 타자가 됐다. 7월 한 달간 5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안타를 생산했다. 2할 후반 타율까지 끌어올린 그는 8월에도 뜨거운 타격감과 함께 꾸준히 출루·안타 생산을 동시에 해내며 팀 중심 타자로 자리를 잡았다.

앤서니는 6월 25일부터 옆구리 근육 부상으로 이탈한 9월 2일까지 메이저리그 전체 f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2.8로 공동 6위에 오르며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해당 기간 그의 성적은 타율 0.329/출루율 0.422/장타율 0.512에 24개의 장타(7홈런), 31개의 볼넷으로 리그 정상급 생산력을 증명했다.
수비도 뒤지지 않았다. 앤서니는 71경기 출전에 불과했음에도 OAA(평균 대비 아웃 기여) +6, FRV(수비 득점 가치) +4를 기록하며 외야 수비에서 안정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활약 속에 그는 보스턴과 8년 총액 1억 3,000만 달러(약 1,916억 원)의 대형 연장 계약을 맺었다.
코라 감독은 지난 21일(한국시간) 야구 팟캐스트 ‘파울 테리토리’에 출연해 앤서니의 내년 활용 계획을 두고 “라인업 상단에 둘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리드오프·2번·4번 등 여러 배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아직 최고의 로만 앤서니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뛰어나며, 내년에는 더 좋은 선수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MLB.com 역시 2025년 앤서니 활약에 대해 "루키 시즌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보스턴의 미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만한 실력과 성장이 모두 담겨 있었으며, 그의 다음 행보는 더욱 눈부실 것이다"라며 극찬한 바 있다.

이처럼 팀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앤서니지만, 1년 전만 해도 그는 ‘신고식’을 호되게 치르며 선배들 앞에서 쩔쩔맸던 새내기에 불과했다. 현지 매체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앤서니는 지난 2월 스프링캠프 기간, 베테랑 투수 워커 뷸러의 농담에서 시작된 ‘팀 전체 커피 배달’ 미션에 휘말리며 아찔한 경험을 했다.
당시 앤서니는 팀 동료 마르셀로 마이어와 함께 선수·코치·스태프 전원을 위한 주문 총 76잔을 받아들었고,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스타벅스로 달려가 한 시간 넘게 개별 주문을 하나씩 읽고 결제하며 대혼란의 아침을 보냈다.
600달러(약 88만 원)가 넘는 금액을 결제 도중 카드가 정지되는 바람에 마이어와 비용을 나눠 내야 했고, 커피를 SUV에 싣고 시속 15마일(약 24km)로 ‘비상등을 켠 채’ 야구장까지 운반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그럼에도 앤서니는 끝내 뷸러의 ‘커피 심부름’을 완수했고, 76잔 가운데 단 한 잔만 잘못 주문할 정도의 정교함을 보여 찬사를 받았다. 이날 그는 연습 경기에서 1타점 2루타를 기록하며 활약했고, 마이어는 사이클링 2루타만 추가했으면 히트를 달성할 뻔했다. 팀도 6-5 승리를 거뒀다. 이에 팀 동료들은 “매일 커피 심부름을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하기도 했다.

새벽 스타벅스에서 커피 주문 76잔을 외치던 신입생은 더 이상 없다. 지금의 앤서니는 보스턴이 가장 먼저 믿고 맡기는 차세대 간판이다. 신고식의 웃픈 추억은 어느새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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