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게 그립으로 퍼트하는 셰플러.
[AFP/게티이미지=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7번 우승했다.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포함하면 8승이다.
그는 9일 끝난 이벤트 대회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우승하면서 올해 우승을 9번으로 늘렸다.
파리 올림픽과 히어로 월드 챌린지는 PGA 투어 정규대회는 아니지만, 웬만한 정규 대회 우승만큼, 아니 더 힘들다.
둘 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고 우승 경쟁도 심하기 때문이다.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5타차 압도적 타수로 우승한 셰플러는 나흘 동안 버디 27개를 잡아내 출전 선수 20명 가운데 가장 많은 버디를 잡아냈다.
보기는 단 2개. 역시 출전 선수 20명 가운데 가장 적다.
현역 프로 선수 중에 멀리 치면서도 똑바로 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셰플러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기록이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 10위에 페어웨이 안착률 3위, 그린 적중률 1위에 올랐다.
그런데 눈여겨볼 기록은 퍼팅이다.
정규 타수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렸을 때 평균 퍼트 개수는 불과 1.6개에 그쳤다. 이 부문에서 셰플러보다 적은 퍼팅 수를 기록한 선수는 4명뿐이다.
퍼팅으로 이득 본 타수(스트로크 게인드)는 무려 3.845타에 이르러 20명 중 1위에 올랐다.
셰플러는 샷은 나무랄 데 없으나 퍼팅이 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다.
7승을 쓸어 담은 PGA 투어 정규 대회에서 그는 평균타수 1위, 그린 적중률 3위, 그리고 샷게인드 티에서 그린까지 스트로크 게인드 1위가 말해주듯 정교한 샷을 구사하지만, 퍼팅 부문 스토로크 게인드에서는 77위에 그쳤다.
그나마 이런 퍼팅 실력은 지난 3월 퍼터를 블레이드형에서 말렛 형으로 바꾼 뒤부터 크게 나아진 것이다.
3월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시즌 첫 우승을 따내기 전까지 셰플러는 PGA 투어에서 퍼팅 스트로크 게인드 부문 144위였다. 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가 200여명이니 퍼팅 못 하는 선수라는 오명이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말렛 형 퍼터로 바꾼 뒤 그린에서 달라진 셰플러는 플레이오프 우승까지 파죽지세를 달렸다.
프레지던츠컵을 마치고 두 달 넘게 대회를 치르지 않았던 셰플러는 이번 대회에서 새로운 퍼팅 그립을 선보였다.
오른손으로 그립을 감아쥐던 종전 방식 대신 오른 손가락을 그립에 얹고 붓질하는 스트로크를 했다.
'집게 그립'이라고도 부르고 '톱질 그립'이라고도 부르는 이 그립은 짧은 거리 퍼팅의 직진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셰플러는 6m가 넘는 중장거리 퍼팅을 할 땐 기존 퍼팅 그립 그대로였지만 짧은 거리 퍼팅은 모두 바뀐 그립으로 쳤다.
그는 "나는 언제나 나아지는 걸 추구한다"고 퍼팅 그립 변화 이유를 설명했다.
퍼팅 전문 코치 필 케년의 조언을 받았다는 그는 "올해 내내 생각했던 것"이라면서 "시즌이 끝날 때쯤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는데 이번 대회가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와 기록으로 볼 때 퍼팅 그립으로 바꾼 결정은 성공으로 보인다.
셰플러도 "느낌은 좋다. 스트로크가 좀 나아진 것 같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셰플러는 이번 시즌에 4.5∼6m 거리 퍼트에서는 3위에 오를 만큼 나아졌지만, 3m 이내 짧은 거리 퍼트에서는 139위에 그쳐 짧은 거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중장거리 퍼팅은 잘했으니 굳이 그립을 바꿀 필요는 없다"며 짧은 거리에서만 바꾼 그립 방식을 선택했다.
천하무적의 샷을 지닌 데다 퍼팅에서도 진화하는 셰플러는 내년 시즌에 더 무서운 선수가 될 전망이다.
퍼팅할 때 '집게 그립'으로 바꾸고 더 무서워진 셰플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