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유망주→혹사→음주운전→ERA 37.80’ 롯데는 왜 2억 주고 데려왔나…‘상진매직’이 이번에도 빛 발할까

[SPORTALKOREA] 한휘 기자= 방출 가능성도 거론되던 ‘몰락한 유망주’를 롯데 자이언츠가 2차 드래프트에서 과감하게 지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롯데는 19일 진행된 2025 KBO 2차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12순위로 삼성 라이온즈 우완 투수 최충연을 지명했다.

여러 ‘네임드’ 선수가 이번 2차 드래프트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었는데, 최충연 역시 그중 한 명이다. 201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최충연은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묵직한 강속구를 앞세워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특급 유망주로 꼽혔다.
2016시즌과 2017시즌 1군에서 담금질한 최충연은 2018시즌 필승조로 맹활약하며 재능을 맘껏 드러냈다. 70경기 2승 6패 8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60으로 호투했다. 극악한 타고투저 속에서 만 20세의 어린 선수가 리그 홀드 7위에 올랐다.
이 시즌 최충연이 기록한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스탯티즈 기준)은 3.08이다. 만 23세 이하의 어린 투수 가운데 2위에 달하는 높은 수치였다. 리그 모든 구원 투수 가운데 1위일 만큼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러한 활약으로 그해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선발됐다.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병역 특례도 받았다. 앞길이 창창해 보였다.

그러나 그 이면에 있던 ‘혹사’라는 그림자가 발목을 잡았다. 이미 최충연은 2017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2경기(6선발)에서 84이닝을 던진 바 있다. 그리고 2018시즌에는 70경기 85이닝이라는 과다한 이닝을 소화했다.
이 시즌 구원 투수 가운데 이닝 소화량 1위, 등판 횟수 2위, 멀티 이닝 소화 공동 4위, 3연투 3회 등 심각하게 무리했다. 다시 말하지만, 당시 최충연은 고작 만 20세의 어린 선수였다. 결국 혹사 여파가 터지면서 2019시즌 평균자책점 7.36으로 순식간에 몰락했다.
여기에 본인의 부적절한 처신도 겹쳤다. 2020년 1월 24일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결국 징계를 받으며 1년을 날렸다. 여기에 팔꿈치 토미 존 수술까지 받으며 2021시즌까지 실전을 소화하지 못했다.

2022시즌 복귀했으나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없었다. 2023시즌 이후로는 1군에서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다. 2024시즌 1군 등판 0회에 올해는 단 4경기 출전에 그쳤다. 성적도 나빴다. 평균자책점 37.80(1⅔이닝 8실점 7자책)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이에 2차 드래프트는 고사하고 방출당할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그런데 롯데가 최충연을 지명했다. 3라운드 보상금인 2억 원까지 내면서 말이다. 아무리 투수 보강이 시급하다지만, ‘과투자’ 아니냐는 평가도 나올 수 있는 지명이다.

그렇다면 롯데는 왜 최충연을 과감하게 지명했을까. 이번 2차 드래프트 롯데의 지명 기조에 힌트가 있다. 롯데는 1~3라운드 내내 ‘유망주’로 꼽혔으나 여러 이유로 아직 재능을 만개하지 못한 투수 자원을 수집했다.
1라운드에 지명한 LG 트윈스 김주완은 롯데가 1차 지명까지 고려했던 자원이지만, 부상과 제구 불안 등으로 2군에서도 아직 좋은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2라운드 LG 김영준 역시 2018 드래프트 1차 지명자 출신이나 아직 알을 깨고 나오지 못했다.
김주완과 김영준, 그리고 최충연까지. 다들 잠재력은 인정받은 만큼, 롯데는 이 선수들을 잘 다듬으면 전력에 큰 보탬이 되리라 판단했을 법하다. 소위 ‘복권’을 긁는 셈이다.

그런데 롯데는 복권의 당첨 확률을 올릴 수 있는 인물이 있다. 김상진 투수코치다. 올 시즌 막판 1군 콜업 전까지 2군에서만 활동했던 김상진 코치는 투수 육성 및 교정에서 굵직굵직한 성과를 여럿 남겨 온 인물이다.
두산 베어스 시절 정철원을 교정해 신인왕으로 성장시키고, 최승용, 이병헌, 최준호, 최지강 등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 큰 힘을 보태며 호평을 받았다. 롯데로 이직한 후로도 이민석과 홍민기 등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특히 입단 후 8년이나 여러 코치의 손을 거치면서도 제 모습을 찾지 못해 ‘애증’의 대상으로 불리던 윤성빈이 드디어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김상진 코치에 대한 평가는 수직 상승했다. ‘상진매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롯데는 올해 악몽과도 같은 시즌을 보냈다. 3위로 순항하다가 8월 이후 충격적인 추락을 겪으며 또 가을야구 무대를 못 밟았다. 그 과정에서 전반기 내내 무리한 불펜진의 붕괴가 발목을 잡았다.
이에 투수 자원을 적극적으로 보강하면서도, 김상진 코치의 능력을 믿고 ‘즉시전력감’보다는 ‘원석’이나 몰락한 유망주를 대거 지명했다. 과연 이 지명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롯데의 차기 시즌에 눈길이 간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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