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돌아갈 수 없을 줄 알았다" 한국전 실책 후 방에 틀어박혀 절망→자택 악성 괴롭힘까지...22세를 …

[SPORTALKOREA] 김지현 기자= “일본에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2026년 3월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준비를 위한 평가전을 치르고 있다. 오는 15일과 16일은 일본 도쿄돔에서 일본과 2연전을 치른다.
이 가운데, 과거 WBC 한일전에서 뼈아픈 실책으로 주목받았던 일본 프로야구(NPB) 전설이자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에서 퀄리티컨트롤(QC) 코치로 활동했던 이마에 도시아키의 일화가 공개됐다.
일본 매체 '풀카운트'에 따르면 이마에는 2006년 제1회 WBC 한국-일본 조별리그에서 겪었던 고충을 털어놨다. 22세의 나이로 국가대표에 발탁돼 스즈키 이치로, 마쓰나카 노부히코 등 스타 선수들과 한 팀을 이루었다.
당시 양 팀은 7회까지 0-0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승부처는 8회였다. 일본은 1사 1루에서 중전 안타 후 3루를 노린 주자를 잡기 위한 중견수 킨죠 타츠히코의 송구가 이어졌지만, 이마에가 공을 글러브에 담지 못하고 떨어뜨렸다.
그 사이 주자가 세이프되며 분위기가 급격히 기울었다. 계속된 1사 2, 3루에서 이종범의 좌중간 2루타로 두 점을 헌납, 최종 1-2로 패했다.
이마에는 “공이 미끄러졌다”며 “상대는 한국이라는 라이벌 팀이었고, 그때 그 패배로 사실상 결승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경기 후 그는 숙소 방에 틀어박혀 부정적인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말했다. 이마에는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고, 방 밖으로도 나가고 싶지 않았다. 배가 고파도 나갈 생각이 안 들고 룸서비스도 시킬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전환점이 된 것은 아내의 전화였다. 그는 “와이프가 '전 세계가 당신을 비난하더라도 가족은 끝까지 당신 편이다'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자택에서는 악성 괴롭힘이 이어졌다. 그는 "우편함에는 모욕적인 물건이 들어 있었고, 자전거를 타려 하면 안장이 사라져 있었으며, 차의 엠블럼이 도난당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 괴로움 속에서도 나를 믿어준 아내의 마음에 '가족에게까지 피해가 가고 있다. 내가 고개 숙이고 있을 수는 없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적이 찾아왔다. 멕시코가 미국을 꺾는 이변이 일어나며 일본이 결승에 진출했다. 당시 오 사다하루(왕정치) 감독은 이마에를 준결승과 결승에 선발로 내세웠고, 그는 감독의 신뢰에 응답했다. 결승 쿠바전에서 적시타를 터뜨리며 일본의 초대 WBC 우승에 기여했다.
이마에는 "귀국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에 돌아올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다시 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하니 사람들이 웃더라.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안에서는 여전히 남아 있는 기억이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이마에는 “오랫동안 WBC를 볼 수 없었다. 그때 내 실수 장면이 나올까 봐 무서웠다. 트라우마가 됐다. 그래서 10년 넘게 못 봤는데 최근이 돼서야 겨우 볼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한편, 이마에는 올 시즌 삼성의 QC 코치로 선임됐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 기간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참여한 뒤 본격적으로 팀에 합류했다. 야수 파트를 중심으로 타격·수비·주루 등 전반을 지도했다. 최근 구단과 계약이 만료돼 일본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닛칸 스포츠 공식 홈페이지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마에 도시아키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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