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115억 계약→누적 75홈런’ 결국 2차 FA 미신청…잠실의 4번 타자는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SPORTALKOREA] 한휘 기자= 결국 올겨울 FA 신청자 명단에 김재환(두산 베어스)의 이름은 없었다.
KBO는 8일 2026년도 FA 승인 선수 명단을 공개했다. 지난 5일 공시된 30명의 자격 선수 명단 가운데 FA를 신청하지 않은 9명을 제외한 총 21명이 시장에 나온다.
미신청 선수는 대부분 은퇴를 선언했거나 올 시즌 1군에서 활약이 미진해 신청할 메리트가 매우 적은 선수들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김재환이다.

김재환은 지난 2022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4년 총액 115억 원에 FA 잔류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4시즌을 소화하고 이번에 다시 FA 자격을 취득했다. 최근 부진과 별개로 FA 신청은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았지만, 결과는 포기.
이로써 김재환은 두산에 남아 FA 자격을 얻지 못한 선수, 또는 자격 유지 상태인 선수와 마찬가지로 연봉 계약을 맺고 뛰게 된다. KBO 연감 기준으로 올해 10억 원이라는 거액의 연봉을 받은 만큼, 적잖은 삭감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8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김재환은 당시부터 타격에 특출난 잠재력을 갖춘 유망주로 꼽혔다. 하지만 포수 수비력이 다소 불안해 1군에 정착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2011시즌 후 야구 월드컵에 참가했을 당시에는 금지 약물 복용이 적발돼 커리어에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로도 1군에 얼굴을 종종 비췄으나 크게 두각은 드러내지 못했고, 수비 포지션도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6시즌 타격폼 교정 후 특유의 펀치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되면서 잠재력을 터뜨렸다.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위해 팀을 떠난 김현수의 뒤를 이어 주전 좌익수로 자리매김했고, 머잖아 잠실의 4번 타자로 군림했다.
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김재환은 2018년 44홈런-133타점으로 두 부문 모두 리그 1위를 석권하며 KBO리그 MVP에도 선정됐다. 이후로는 이때만큼의 ‘포스’는 나오지 않아도 매해 30개의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중심 타자 역할을 했다.

이에 두산은 2021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김재환에게 거액을 안겼다. 동시에 시장에 풀린 박건우가 NC 다이노스로 이적하면서 ‘실탄’이 남아 있었고, 김재환이라도 붙잡기 위해 구단 역대 최초로 총액 1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후 성과는 신통치 않다. 2022시즌 OPS가 0.800에 그칠 정도로 ‘에이징 커브’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2023시즌 들어 1군 주전 도약 후 가장 적은 10개의 홈런만 쳐냈고, OPS도 0.674에 불과해 짙은 실망을 안겼다.

절치부심한 김재환은 미국에 있는 강정호의 개인 레슨장을 방문해 특훈에 나섰고, 2024시즌 타율 0.283 29홈런 92타점 OPS 0.893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타율 0.241 13홈런 50타점 OPS 0.758로 다시 타격감이 꺾였다.
좌익수 수비력도 점진적으로 나빠지고 있어서 타격에서 제 몫을 해야 했다. 하지만 4시즌 통산 홈런이 75개에 OPS는 0.788에 그치며 기대를 밑돌았다.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가 측정한 이 기간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8.06이다. 1WAR당 약 14억 원을 투자한 셈.
이런 탓에 FA를 신청하더라도 좋은 대우를 받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었다. 그리고 결국 신청 없이 두산에 잔류해 명예 회복을 노리게 됐다.


두산은 점진적으로 야수 리빌딩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재환이 주로 맡던 좌익수 자리에도 김민석, 김동준 등 여러 선수가 기회를 노리고 있다. 여기에 ‘만년 유망주’ 김대한, 올해 지명된 김주오 등도 잠재적 후보군이다.
다만 이들의 기량이 아직 원숙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두산은 여전히 김재환의 ‘파워’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커리어의 황혼기로 달려가고 있는 김재환이 명성을 되찾고 두산의 반등에 힘을 보탤 수 있을까.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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