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위기 딛고 부활했던 '418홈런' 국민 거포의 마지막 인사 "LG에서 시작해 키움, KT, 삼성까지...그라운드…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KBO리그 통산 418홈런에 빛나는 '국민 거포' 박병호(삼성 라이온즈)가 유니폼을 벗었다. 그는 소속사 SNS 계정을 통해 21년 동안의 프로생활을 돌아보며 은퇴를 결심한 계기, 미래에 대한 계획을 털어놨다.
박병호의 매니지먼트사인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3일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이 없는 박병호를 대신해 회사 공식 계정을 통해 은퇴 소감을 전한다"고 밝혔다.
"2005년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으며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프로야구 선수의 길을 시작했다"라고 운을 뗀 박병호는 "처음 그라운드에 섰던 날의 설렘과 떨림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TV에서 보던 선배님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하늘 아래에서 야구를 한다는 게 그저 믿기지 않았다"라고 데뷔 시절을 돌아봤다.
박병호의 야구 인생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성남고 시절 고교야구 최초의 4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초특급 유망주로 주목받은 그는 2005 신인 드래프트서 1차 지명으로 큰 기대를 받으며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프로의 높은 벽에 막혀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2군 무대에서는 차원이 다른 기량을 뽐냈으나 1군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2009년 타율 0.218 9홈런 25타점이 커리어 하이였을 정도로 LG에서는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했던 박병호는 2011년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로 이적하며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넥센을 이끌었던 김시진 감독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며 4번 타순에 고정된 박병호는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13개)을 기록하며 알을 깨고 나왔다.
이후 박병호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거포로 우뚝 섰다. 2012년 31홈런을 기록한 그는 홈런왕 타이틀을 비롯해 타점, 장타율 1위를 휩쓸며 생애 첫 MVP와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2013년에도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1위를 기록하며 2년 연속 MVP와 골든글러브를 독식했다.

2014년(52홈런)과 2015년(53홈런) 2시즌 연속 50홈런을 기록하며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 WBSC 프리미어12 우승 등 2년 연속 태극마크를 달고 영광을 누렸다. 야구 인생 그래프의 정점을 찍은 박병호는 세계 최고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며 더 높은 곳으로 도약을 노렸다.

하지만 빅리그의 벽은 높았다. 차원이 다른 강속구에 고전한 박병호는 2016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12개의 홈런을 터뜨렸으나 타율 0.191로 크게 부진했다. 2017년에는 스프링캠프서 19경기 타율 0.353 6홈런 13타점으로 무력시위를 펼졌지만, 끝내 개막 로스터에 들지 못했다. 이후 부상과 부진의 늪에 빠진 그는 마이너리그에서만 한 시즌을 보낸 뒤 KBO리그로 돌아왔다.
국내 복귀 후 박병호는 2018년 43홈런 112타점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으나 이후 조금씩 성적이 내리막을 걸었다. 2020년(0.223)과 2021년(0.227) 2년 연속 타율이 2할 초반에 머무르며 부진을 면치 못한 그는 결국 레전드로 남을 줄 알았던 히어로즈를 떠나 KT 위즈와 FA 계약을 맺고 새롭게 출발했다.

2022년 홈런 1위(35개)에 오르며 부활의 기미를 보인 박병호는 2023년 18홈런에 그치며 다시 주춤했다. 2024년 부진한 출발을 보인 그는 좁아지는 입지에 은퇴까지 결심했지만,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으로 유니폼을 입으며 다시 불꽃을 태웠다. 이적후 76경기서 20홈런을 터뜨렸고, 평소 언급했던 선수로서 마지막 목표인 '400홈런' 고지까지 밟았다.
프로 21년 차를 맞은 올 시즌 박병호는 77경기서 15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파워는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줬지만, 타율이 1할대(0.199)로 떨어지며 정확성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부상과 노쇠화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그는 결국 2025시즌 종료 후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기로 결심했다. KBO 통산 기록은 1,767경기 타율 0.272 418홈런 1,244타점.
박병호는 "LG, 키움, KT, 삼성에서 뛰며 정말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았다. 팬 여러분의 응원 덕분에 홈런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400홈런이라는 큰 기록도 남길 수 있었다"라며 "그라운드 위의 모든 순간이 제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었다"라고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시간이 흐르며 부상도 많아지고, 예전처럼 플레이하기 어렵다는 걸 느끼며 오랜 고민 끝에 은퇴를 결심했다"라며 "아쉬움도 크지만, 그보다 더 큰 건 감사함이다. 야구를 통해 만난 모든 사람들, 그리고 언제나 함께해 주신 팬 여러분 덕분에 저는 참 행복한 선수였다"라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끝으로 박병호는 "이제는 또 다른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서보려 한다. 후배들을 가르치며, 야구를 계속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겠다. 지금까지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제2의 목표를 향해, 다시 한 걸음 나아가겠다"라며 지도자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삼성 라이온즈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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