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조언에 뒤바뀐 김혜성 운명, 결국 ‘우승 반지’로 돌아왔다…‘방만 운영’ 구단 거절하고 다저스행, ‘신의 한 수’였네

[SPORTALKOREA] 한휘 기자=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바꾼 김혜성의 행선지는 결국 ‘우승 반지’라는 최고의 결말로 돌아왔다.
김혜성은 2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월드 시리즈 7차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 연장 11회 말 교체 출전했다.

김혜성은 선발 2루수 미겔 로하스가 수비 도중 갈비뼈 부위에 통증을 느끼며 대신 투입됐다. 다저스가 5-4로 앞선 가운데 아웃 카운트는 3개만 남은 상황. 마운드에 있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막으며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이로써 김혜성은 벤치가 아닌 필드 위에서 팀의 월드 시리즈 우승을 함께 하게 됐다. 다저스 입단 1년 만에 세계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감격을 맛본 것이다.
이날 출전으로 김혜성은 2020년 최지만(당시 탬파베이 레이스) 이후 처음으로 월드 시리즈 출장 이력을 남긴 한국인 선수가 됐다. 아울러 2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본 김병현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선수가 월드 시리즈 우승을 달성하는 ‘겹경사’까지 완성됐다.

그런데 김혜성이 처음부터 ‘해피 엔딩’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할 수도 있었다. 약 1년 전, 포스팅을 신청한 김혜성을 두고 유수의 MLB 구단이 영입 제안서를 내밀었다. 당장 김혜성을 잠재적인 주전 2루수로 검토하던 팀도 있었다.
LA 에인절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에인절스는 당초 주전 2루수로 낙점했던 브랜든 드루리가 OPS 0.469라는 심각한 부진에 시달렸다. 그나마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루이스 렌히포가 준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워낙 야수진 공백이 심각해 렌히포를 2루에 고정할 수도 없었다.
이에 김혜성을 영입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당시 에인절스는 총액 2,800만 달러(약 401억 원)에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포함된 계약을 제시했다. 반면 다저스의 제안은 최대 5년 2,200만 달러(약 315억 원)에 마이너 거부권도 없었다.


당연히 훨씬 좋은 조건을 제시한 에인절스 쪽에 마음이 갈 상황. 김혜성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에인절스와 다저스를 사이에 두고 저울질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이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 나타났다. 오타니다.
오타니는 김혜성과 같은 에이전시 소속이다. 동시에 현직 다저스 선수면서 과거 에인절스에서 6시즌 간 활약한 이력도 있다. 에인절스와 다저스 두 팀의 차이점, 조금 더 정확히는 김혜성이 에인절스로 가선 안 되는 이유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에인절스는 메이저리그(MLB)에서 손꼽히는 ‘막장 운영’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구단으로 악명이 높다. 아르테 모레노 구단주가 2010년대 이후 무리한 FA 영입으로 ‘먹튀’를 양산하고, 정작 선수 육성이나 의료진, 구단 시설 등에는 거의 돈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에인절스 출신 전직 투수 C.J. 윌슨이 구단의 한심한 실태를 폭로한 바 있으며, 올해는 외야수 구스타보 캄페로가 발목을 다쳤을 당시 제대로 된 부목 대신 카드보드지로 임시 부목을 만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전직 투수 타일러 스캑스의 사망 사건 관련 소송의 증인으로 출석한 ‘슈퍼스타’ 마이크 트라웃이 팀 홍보국장 에릭 케이를 향한 가혹행위가 선수단 안에서 자행됐음을 밝히며 팀 이미지는 더 떨어질 곳도 없을 만큼 추락했다.

이 실상을 온몸으로 경험한 오타니는 김혜성에게 다저스로 오라고 권유했고, 김혜성은 마음을 정했다. 만약 김혜성이 에인절스로 갔다면 제대로 된 교정도 못 받고 적응에 실패했을지도 모르지만, 체계가 탄탄하기로 유명한 다저스에서 성공적인 1년 차 시즌을 보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혜성은 오타니와 야마모토 등 동료들과 가까운 관계도 유지하고 있다. 경기 중간에도 오타니가 김혜성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꾸준히 잡힐 정도다. 일각에서는 흔히 스포츠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절친’ 포지션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결국 김혜성을 다저스로 오게 한 오타니의 선택은 다저스와 김혜성 모두에게 ‘최고의 선택’이 됐다. 다저스는 김혜성을 쏠쏠히 활용하며 전력을 보강했고, 김혜성은 MLB 진출 첫해부터 우승 반지를 손에 넣는 영광을 안았다. 완벽한 ‘해피 엔딩’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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