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들었지, 초구 노리라고” 다저스 충격에 빠뜨린 생애 첫 홈런, 알고 보니 7년 전 MVP 조언 덕분!

[SPORTALKOREA] 한휘 기자= LA 다저스를 충격에 빠뜨린 ‘리드오프 홈런’의 배경에는 선배 선수의 반복적인 조언이 있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데이비스 슈나이더는 3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다저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월드 시리즈 5차전 경기에 1번 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전, 3타수 1안타(1홈런) 1볼넷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유일한 안타가 홈런이었다. 그것도 경기 시작부터 다저스에 충격과 공포를 안긴 리드오프 홈런이었다. 1회 초 다저스 선발 투수 블레이크 스넬의 초구를 벼락같이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겨버렸다.
이 홈런은 올해 데뷔 처음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슈나이더의 가을야구 통산 첫 홈런이다. 심지어 정규시즌 기록을 다 합쳐도 리드오프 홈런을 날린 것은 이 홈런이 처음이다. 여러 의미에서의 ‘생애 첫 홈런’이 정말 중요한 시점에 터진 것이다.
슈나이더의 홈런은 다저스를 공황 상태로 몰아넣었다. 1차전의 부진을 설욕하려던 스넬은 이 홈런을 맞고 평정심을 잃었다. 뒤이어 타석에 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까지 스넬을 공략해 담장을 넘겼다. 월드 시리즈 사상 첫 ‘리드오프 백투백 홈런’이 나왔다.
이 홈런 2개로 분위기를 휘어잡은 토론토는 결국 6-1 승리를 따냈다. 3차전을 연장 18회 혈투 끝에 내줬지만, 4차전과 5차전에서 오히려 다저스보다 후유증이 적은 모습을 드러내며 연일 낙승을 거뒀다.

특히 리드오프 홈런을 날린 슈나이더가 명백한 주전이라고 하기 힘든 선수라 다저스에 안긴 타격이 더 컸다. 좌익수와 2루수를 소화하는 슈나이더는 2023년 데뷔한 26세의 젊은 선수로, 작은 체구에 비해 상당한 펀치력을 갖췄다.
데뷔 시즌 35경기에서 OPS 1.008을 기록하며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지만, 지난해 135경기에서 타율 0.191 13홈런 46타점 OPS 0.625로 부진했다. 올해는 좌완 상대 ‘플래툰 요원’으로 입지가 더 줄었다.
그래도 정규시즌 성적은 82경기 타율 0.234 11홈런 31타점 OPS 0.797로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이 경기 전까지 6경기에서 타율 0.188(16타수 3안타) OPS 0.566으로 별 활약을 남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토론토는 슈나이더를 1번 타자로 내세워야 했다. 월드 시리즈 MVP에게 주어지는 ‘윌리 메이스 상’을 2017년에 받았던 ‘가을 사나이’, 조지 스프링어가 옆구리 부상으로 4차전부터 쭉 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나이더가 스프링어가 자주 보여주던 리드오프 홈런을 터뜨리며 그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그런데 재밌는 사실은, 슈나이더의 홈런을 만든 유력 공로자가 바로 스프링어라는 것이다.

슈나이더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스프링어가 줄곧 나한테 ‘설교’했다. 리드오프로 나설 때는 초구 패스트볼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이다”라고 말했다. 뜻밖에도 중책을 맡게 된 슈나이더를 위한 ‘꿀팁’을 스프링어가 전수한 것이다.
이어 “1차전에서 스넬은 패스트볼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체인지업은 여전히 날카로웠다”라며 “빠른 공으로 카운트를 잡고 들어올 것으로 보였다”라고 노림수를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림수가 결국 토론토에 5차전 승리를 선사했다. 이제 월드 시리즈 우승까지 남은 건 단 1승. 슈나이더의 홈런으로 분위기를 끌어 올린 토론토가 과연 트로피에 이름을 새길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관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