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에서 우승→1년 만에 WS’ 심지어 ‘다저스 킬러’ 본능도 살아났네…4⅔이닝 무실점 쾌투, 토론토 패배에도 빛났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한국 무대에 도전하기 전부터 ‘LA 다저스 킬러’로 불리던 이유를 제대로 드러낸 쾌투였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에릭 라우어는 2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다저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월드 시리즈 3차전 경기에 등판해 4⅔이닝 2피안타 4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웬만한 선발 투수 수준의 이닝 소화량이지만, 사실 불펜으로 나서서 긴 이닝을 책임진 것이다. 이날 토론토와 다저스의 경기는 연장 18회까지 이어지며 6시간 39분이나 진행됐다. 자연스레 불펜진의 소모가 매우 심했다.
토론토 역시 선발 투수 맥스 슈어저 이후로 8명의 불펜 투수를 쏟아부었다. 이런 상황에서 마운드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롱 릴리프’ 역할을 해 줄 선수가 필요했다. 올해 선발 투수로도 뛰었던 라우어가 적임자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2회 말 1사 후 출격한 라우어는 흔들리면서도 실점 없이 아웃카운트를 쌓아나갔다. 13회 말 1사 3루 상황에서 2사 만루까지 끌고 간 다음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14회에도 주자 2명이 쌓였으나 재차 위기를 모면했다.
안정을 찾은 라우어는 15회와 16회에 고의4구 1개만 내주고 나머지 타자들을 깔끔하게 막아냈다. 아웃 14개를 솎아내는 동안 기록된 투구 수는 68개. 다저스의 막강한 타선도 라우어를 공략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결말은 다소 아쉬웠다. 라우어에 이어 등판한 브렌던 리틀이 18회 말 프레디 프리먼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 5-6으로 토론토가 지며 시리즈 전적도 1승 2패 열세에 놓였다. 하지만 라우어의 호투만큼은 박수받아 마땅했다.

라우어는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지난해 8월부터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 선수로 활약하며 KBO리그 무대를 누볐다. 다만 성적이 좋지는 않았다. 7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4.93(34⅔이닝 19실점)으로 아쉬웠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팀이 패하는 와중에도 5이닝 2실점으로 선전했고, KIA도 우승을 완성하며 ‘해피 엔딩’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다만 KIA가 아담 올러를 새로 영입하며 라우어는 재계약에 실패했다.

짧은 한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간 라우어지만, MLB에서는 상당한 경력을 보유한 선수다. KIA에 오기 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통산 120경기(112선발) 596⅔이닝 36승 37패 평균자책점 4.30을 기록했다.
특히 다저스를 상대로 12경기 68⅓이닝 7승 2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매우 강했고, 중요한 경기마다 호투해 발목을 잡은 이력이 많아 ‘다저스 킬러’로 꼽히기도 했다. 다만 부상 이후 기량이 급전직하하며 지난해 한국 무대까지 노크하게 된 것이다.

KIA를 떠난 라우어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올해 정규시즌 28경기(15선발) 104⅔이닝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로 선전했다. 부상 등으로 발생한 토론토 마운드의 공백을 성공적으로 메우며 팀의 아메리칸리그(AL) 우승에 힘을 보탰다.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뉴욕 양키스와의 AL 디비전 시리즈 첫 경기에서 ⅓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이후 4경기에서 한 점도 허용하지 않으며 훌륭한 투구를 이어 가는 중이다. 월드 시리즈 들어서도 5⅔이닝 무실점으로 ‘다저스 킬러’의 명성이 되살아나는 모양새.
만약 토론토가 열세를 뒤집고 우승에 성공하면 라우어는 한국과 미국의 각기 다른 리그에서 2년 연속으로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는 진기록도 세우게 된다. 과연 라우어와 함께 토론토가 트로피를 들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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