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맥주 공짜로 줘라!” 다저스 무명 추격조가 ‘인생 역전’ 드라마를 썼다…“팔다리가 없어진 줄 알았어”

[SPORTALKOREA] 한휘 기자= 전미, 아니, 전 세계에 본인의 이름을 알린 ‘인생 역전’ 드라마였다.
LA 다저스 윌 클라인은 2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월드 시리즈 3차전 경기에 등판해 4이닝 1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클라인은 5-5로 맞선 연장 15회 초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출격했다. 다저스는 선발 투수 타일러 글래스나우를 시작으로 불펜에 있던 모든 투수를 이미 쏟아부었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클라인마저 투입됐다.
클라인이 마지막 투수로 나선 이유는 그가 팀 로스터 ‘말석’을 차지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1999년생인 클라인은 MLB 통산 출전이 22경기에 불과한 선수다. 그마저도 필승조가 아닌 추격조로 근근이 빅리그에 모습을 드러낸 정도다.
지난해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8경기 1승 평균자책점 11.05(7⅓이닝 9실점)의 성적만 남기고 방출당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시애틀 매리너스에 합류했으나 MLB 등판 없이 6월 초 또 쫓겨났다.

투수가 모자라던 다저스가 6월 3일 클라인을 급하게 영입했다. 이후 14경기 1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2.35(15⅓이닝 6실점 4자책)를 기록했다. 하지만 7월 이후 2달 가까이 MLB 등판이 없었다. 9월 말 콜업돼 나름 호투했으나 포스트시즌 로스터에는 들지 못했다.
그런 클라인이 월드 시리즈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좌완 필승조 알렉스 베시아와 ‘마당쇠’ 벤 캐스패리우스가 빠진 자리에 들어가며 로스터 끝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1차전에서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렀는데, 2번째 등판을 너무 중요한 순간에 가졌다.

하지만 클라인은 모두의 감탄을 유발했다. 15회를 내야 안타 하나로 막은 데 이어 16회, 17회는 삼자범퇴로 정리했다. 18회 2사 2, 3루 위기를 맞이했으나 타일러 하이네만을 삼진으로 잡고 포효했다.
정규시즌에서도 한 경기 2이닝 소화가 최다 기록이던 선수가 순식간에 3이닝을 지웠다. 개인 최다 투구 수도 34개였는데, 오늘 72개를 던졌다. 말 그대로 ‘투혼’이었다.
결국 다저스는 18회 말 프레디 프리먼의 끝내기 솔로 홈런으로 3차전을 가져갔다. 스포트라이트는 프리먼에 몰렸지만, 이날 경기의 ‘진 주인공’은 클라인이었다. 무명의 선수가 ‘디펜딩 챔피언’의 히어로로 화려하게 날아오른 순간이었다.

이렇게 빼어난 투구를 선보인 클라인이지만, 그도 역시 사람이었다. 등판 시점에서 어마어마한 긴장을 안고 있었다. 클라인은 경기 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종종 팔다리가 모두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들지 않나”라며 등판 당시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렇게 몰리면 ‘그래, 다른 누가 날 구하러 오겠어?’라고 생각하게 된다”라며 “우린 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실점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이를 계속 반복하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클라인의 기적과도 같은 투구에 각계의 호평이 이어졌다. 현지 방송사 ‘CBS스포츠’의 대니 비어티는 “그는 총연봉이 3억 달러(약 4,307억)가 넘는 슈퍼팀에서 최저 연봉을 받는 불펜 마지막 선수”라며 “(오늘 경기는) ‘윌 클라인 게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감탄했다.
현지 다저스 전담 기자인 블레이크 해리스는 “클라인은 두 번 다시 로스앤젤레스에서 맥주값을 낼 필요가 없어야 한다”라며 “영웅”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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