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악몽’ 그만!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출격에서 커쇼가 다저스 살렸다…2사 만루 등판→결정적 땅볼 유도

[SPORTALKOREA] 한휘 기자=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를 지긋지긋하게 괴롭히던 ‘가을의 악몽’을 생애 마지막 기회에서 이대로 떨쳐낼 수 있을까.
커쇼는 2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월드 시리즈 3차전 경기에 등판해 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아웃 카운트 단 1개를 잡았으나 아주 중요한 아웃이었다. 커쇼가 등판한 것은 12회 초, 앞서 마운드를 지키던 에밋 시핸이 2사 만루 위기를 만들고 내려갔다. 좌타자 네이선 루케스를 상대하기 위해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커쇼를 투입했다.

사실 커쇼의 투입에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통산 223승-3,052탈삼진을 달성하고 현역 1위인 2.5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리빙 레전드’지만 유독 포스트시즌만 되면 부진한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지난해까지 커쇼의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39경기 194⅓이닝 13승 13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4.49다. 그렇게 나쁘기만 한 기록은 아니지만, 커쇼라는 이름값과 에이스의 책임을 생각하면 분명 부족한 성과다.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커쇼지만, ‘가을 새가슴’ 기질은 끝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모양새였다. 포스트시즌을 맞아 불펜으로 이동한 커쇼는 지난 9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3차전에 등판했으나 2이닝 5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실점도 실점이지만, 피홈런 2개를 포함해 6개의 안타를 맞고 볼넷도 3개를 헌납하는 등 내용도 매우 좋지 못했다. 결국 이날 이후 커쇼는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이대로 추가적인 출전 없이 현역 생활을 마치리라는 전망마저 나왔다.

그런 커쇼에게 ‘턴’이 돌아왔다. 다저스는 좌완 필승조 알렉스 베시아가 심각한 가족 문제로 월드 시리즈 로스터에서 제외됐다. 베시아 외에 기용할 수 있는 좌완 자원인 잭 드라이어와 앤서니 반다, 저스틴 로블레스키는 이미 앞서 등판했다.
따라서 불펜에 남은 좌완은 커쇼 한 명이었다. 그런 가운데 좌타자인 루케스 앞에 만루 기회가 왔고, 커쇼가 결국 마운드를 이어 받았다.

승부는 치열했다. 커쇼가 슬라이더를 중심으로 어려운 공을 집중적으로 던졌다. 루케스 역시 빠진 공은 골라내고 비슷한 공은 커트하면서 최대한 버텼다. 풀카운트까지 타석이 이어졌다.
이어진 8구. 커쇼는 바깥쪽으로 낮게 흘러 나가는 슬라이더를 던졌다. 타이밍을 놓친 루케스가 하체를 빼면서 간신히 공을 건드렸다. 힘없는 2루수 땅볼이 됐다. 주력이 좋은 루케스가 전력으로 1루로 달렸지만, 2루수 토미 에드먼이 완벽한 글러브 토스로 아웃을 만들었다.
그렇게 커쇼는 만루 위기를 넘기며 ‘원 포인트 릴리프’ 역할을 완수했다. 결과적으로 12회 말 다저스도 득점에 실패한 만큼, 커쇼가 루케스를 넘지 못했다면 다저스는 3차전을 내줬을 것이다.

하지만 커쇼가 루케스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낸 덕에 경기가 끝나지 않고 더 이어졌다. 커쇼에 이어 에드가르도 엔리케스와 윌 클라인이 18회까지 실점 없이 막았고, 프레디 프리먼이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며 다저스가 6-5로 이겼다.
남은 경기에서 커쇼가 등판할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이 출격이 마지막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이대로 다저스가 우승까지 달성한다면, 커쇼의 가을은 ‘악몽’이 아닌 ‘해피엔딩’으로 바뀌면서 웃음과 함께 커리어를 마감할 수 있으리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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