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갓" 4675억 日 에이스의 '등판 자청', MLB판 최동원 나올 뻔…완투하고 하루 쉬고 불펜 대…

[SPORTALKOREA] 한휘 기자= 프레디 프리먼(LA 다저스)의 끝내기 홈런이 터진 그 순간,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재킷을 벗고 유니폼만 입고 있었다.
다저스는 2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2025 MLB 월드 시리즈 3차전에서 6-5로 이겼다. 이 승리로 다저스는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우위를 점했다.

단순한 1승이 아니다. 이날 경기는 무려 연장 18회까지 이어졌다. 피치 클락이 있음에도 6시간 39분이라는 어마어마한 경기 시간이 기록됐다. 월드 시리즈 역사상 2번째로 긴 기록이다.
자연스레 양 팀은 승리를 위해 투수진을 어마어마하게 쏟아부었다. 선발 투수를 제외하고 팀당 9명의 선수가 출격했는데, 이는 양 팀이 불펜에 대기시키던 투수를 전부 투입한 것이다. 말 그대로 ‘혈전’이 펼쳐졌다.
연장전에 들어서서는 투수들의 ‘멀티 이닝’ 소화도 이어졌다. 토론토가 스타트를 끊었다. 정규시즌 선발 투수로도 나섰던 에릭 라우어가 올라와 4⅔이닝 2피안타 4볼넷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다저스도 응답했다. MLB에서 1경기 최다 이닝이 2이닝에 불과한 추격조 윌 클라인이 4이닝 1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이라는 괴력을 선보였다. 결국 18회 말 프레디 프리먼이 끝내기 솔로포를 작렬하며 다저스가 웃었다.

그런데 만약 다저스가 18회에 경기를 못 끝냈다면 경기가 어떻게 흘러갔을까. 클라인은 이미 72개를 던졌다. 평소 투구 수를 고려하면 더 던지는 것은 무리였다. 19회에는 다른 투수를 마운드에 올려야 했다.
실제로 다저스 불펜에 선발 투수 한 명이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런데 1차전에 등판했던 블레이크 스넬이 아니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를 본 현지 중계진의 반응이 걸작이다. “오 마이 갓.”

야마모토는 지난 26일 원정에서 열린 2차전에 선발 투수로 나섰다. 9회까지 105구를 던지며 1실점 ‘완투승’을 따냈다. 그리고 단 하루 휴식을 취했다. 6차전을 위해 푹 쉬며 컨디션을 조절할 것으로 보였는데, 경기가 절체절명의 상황으로 흐르니 불펜으로 향한 것이다.
심지어 이는 자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 방송사 ‘폭스스포츠’의 톰 버두치에 따르면, 야마모토는 17회에 마크 프라이어 투수코치에게 등판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재킷을 벗고 불펜으로 이동해 몸을 풀기 시작했다. 끝내기가 터진 순간 야마모토가 유니폼만 입고 있던 이유다.

만약 클라인이 18회 초에 더 흔들렸거나, 혹은 다저스가 18회 말에 경기를 못 끝냈다면 야마모토가 19회 초에 등판했을지도 모른다. 완투승을 거두고 하루 쉬고 다시 출격이라니, 마치 5경기에 등판해 4승을 따낸 1984년 한국시리즈의 최동원(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연상되는 장면이다.
다행히 다저스가 이기면서 야마모토의 등판이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다. 하지만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675억 원)라는 초대형 계약을 따낸 ‘비싼 몸’이 자청해서 이런 헌신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다저스 선수단을 향해 적잖은 울림이 전해질 듯하다.

사진=MLB 공식 X(구 트위터)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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