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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이태리

‘ERA 11.05→방출 2번’ 무명의 투수가 다저스를 구했다, ‘72구+KKKKK’ 쾌투로 승리 견인…“그에게 경의를”

등급아이콘 레벨아이콘 관리자 0 39 18:00

[SPORTALKOREA] 한휘 기자= 끝내기 홈런은 프레디 프리먼(LA 다저스)이 날렸지만, 이 경기의 ‘진 주인공’은 다저스의 추격조 투수 윌 클라인이었다.

클라인은 2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월드 시리즈 3차전 경기에 등판해 4이닝 1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클라인이다. 경기는 5-5 동점. 다저스는 선발 투수 타일러 글래스나우를 시작으로 승리를 위해 투수를 전부 쏟아부었고, 어느덧 불펜에는 클라인 한 명만 남았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지 않으며 클라인도 마운드에 올랐다. 15회였다.

어쩌면 이번 경기를 보다가 클라인이라는 선수가 다저스에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국내 야구팬도 적지 않았으리라. 1999년생 우완 투수 클라인은 지난해 MLB에 데뷔한 선수다. 하지만 그간 빅리그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낸 적은 없다.

지난해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8경기 1승 평균자책점 11.05(7⅓이닝 9실점)로 부진했다. 결국 시즌 후 2025년 1월 18일 DFA(양도지명) 조처됐고, 얼마 후 시애틀 매리너스에 영입됐다.

하지만 시애틀에서는 MLB에서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채 또 DFA됐다. 마침 투수진의 줄부상에 시달리던 다저스가 트레이드로 클라인을 영입했다. 지난 6월 3일의 일이었다.

클라인은 이후 빅리그와 마이너를 오가며 14경기 1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2.35(15⅓이닝 6실점 4자책)를 기록했다. 하지만 7월 이후 2달 가까이 MLB 등판이 없었다. 9월 말 콜업돼 나름 호투했으나 포스트시즌 로스터에는 들지 못했다.

그런 클라인이 월드 시리즈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좌완 필승조 알렉스 베시아와 ‘마당쇠’ 벤 캐스패리우스가 빠진 자리에 들어갔다. 연습에서 구위가 좋았던 점이 반영됐지만, 냉정히 말해 기대치는 없었다.

실제로 클라인이 오늘 경기에서 다저스의 ‘마지막 투수’로 나온 것도 단순히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올해가 첫 포스트시즌이고, 첫 등판도 1차전에서 추격조로 나와 1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였다. 우려가 컸다.

하지만 클라인은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15회를 내야 안타 하나로 막은 데 이어 16회, 17회는 삼자범퇴로 정리했다. 정규시즌에서도 한 경기 2이닝 소화가 최다 기록이던 선수가 순식간에 3이닝을 지웠다.

다만 투구 수가 점점 늘어나며 공 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클라인의 MLB 한 경기 최다 투구 수는 단 34개. 지난해 캔자스시티에서 뛰던 시절에 기록한 것이다. 그런데 17회까지 이미 45개를 던졌다.

투수가 없었다. 클라인은 18회에도 마운드에 섰다. 볼넷 2개에 폭투까지 겹치며 2사 2, 3루 위기를 맞았다. 한계에 놓이는 듯했다. 다저스는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불펜에 대기시키는 ‘극한의 수’까지 준비했다.

하지만 클라인은 타일러 하이네만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위기를 스스로 벗어났다. 그리고 포효했다. 클라인이 위기를 막아낸 덕일까, 18회 말 선두 타자 프레디 프리먼이 끝내기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추격조로만 활동하면서 2번이나 방출의 아픔을 겪었던 선수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다저스의 ‘수호신’으로 떠오르더니 승리 투수가 됐다. 그야말로 ‘인생역전’ 스토리가 따로 없다. 이날 다저스의 승리를 만든 진정한 영웅은 클라인이었다.

MLB 공식 SNS에서도 클라인을 향해 “그에게 경의를 보낸다. 구원 등판해 4이닝을 책임지고 18이닝 마라톤을 승리로 장식했다”라고 박수를 쳤다. 현지 방송사 ‘CBS스포츠’는 “월드 시리즈의 전설”이라며 짧고 굵게 그의 활약을 요약했다.

클라인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클라인은 경기 후 현지 방송사들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월드 시리즈에 있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라며 “오늘 이렇게 많이 던질 줄 몰랐다. 기쁘다. (내 투구를 끝으로) 그대로 경기가 끝나서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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