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는 최대한 짧게' 엘리트 선수의 가치 증명한 유기상

[SPORTALKOREA] 이정엽 기자= "연패는 길어지면 절대 안 된다" 팀을 이끄는 모든 지도자들이 밥 먹듯이 외치는 구절이다. 이는 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선수들 역시 슬럼프를 빠르게 극복해야 한다. 모든 선수가 업다운을 겪지만, 부진에서 얼마나 빠르게 벗어나느냐가 선수의 가치와 실력을 결정한다.
창원 LG의 가드 유기상은 최근 3경기에서 극심한 야투 난조에 시달렸다. 평균 득점이 5점에 그쳤으며 3점 성공률은 16.7%에 불과했다. 국가대표 넘버 1 슈터라는 수식어를 얻은 그에게 적합하지 않은 수치였다.
종전까지 LG를 상대하는 팀은 메인 핸들러인 양준석에게 에이스 스토퍼를 붙였다. 양준석을 지치게 하고, 그가 경기를 풀어갈 수 없게 만든다면 LG의 공격이 둔해질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었다.
그러자 LG는 파훼법을 들고나왔다. 양준석이 주로 공격을 풀어가긴 하지만, 칼 타마요를 보조 핸들러로 내세웠다. 타마요는 볼 운반뿐만 아니라 아셈 마레이와 빅투빅 2:2 플레이도 가능한 선수다. LG는 이 루트로 해법을 찾았고, 여기서 파생되는 찬스에서 유기상이 3점을 폭격했다. 개막전 이후 열린 3경기에서 경기당 3점슛을 5.3개를 성공했고 확률은 무려 53.3%였다. 터프샷 상황에서도 들어가는 3점에 상대 벤치는 혀를 내둘렀다.

유기상의 상승세를 지켜본 정관장은 팀 내 최고의 수비수인 김영현을 유기상에 붙였다. 또 표승빈, 소준혁 등 에너지 레벨이 높은 선수를 투입해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다. 일명 '덮는 수비'로 유기상을 코너, 베이스 라인으로 몰아 슛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2대2 게임에서도 더블팀을 갈 정도였다.
정관장의 예상대로 유기상은 침묵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3점을 단 1개도 넣지 못했다. 슛 시도 자체가 4번에 불과했다. 유기상은 평균적으로 경기당 10회가량 슛을 시도하는 선수다.
정관장의 게임 플랜을 지켜본 삼성과 가스공사도 같은 수비법을 들고나왔다. 승리하진 못했으나 유기상만큼은 끈질기게 괴롭혔다. 지난 20일 열린 가스공사전에서 유기상은 3점을 2번밖에 시도하지 못했다.

그리고 주어진 4일이라는 긴 휴식 기간. 유기상은 금세 해법을 찾았다. 지난 25일 현대모비스와의 경기에서 트랜지션 상황에서 슛 찬스를 만들었고, 집중력을 발휘해 3점 3개를 성공했다. 그의 3점이 모멘텀을 가져왔고, 팀 역시 반등에 성공해 귀중한 1승을 거뒀다.
4경기 만에 부진에서 탈출한 유기상은 '엘리트 선수'로 평가받는 이유를 스스로 증명했다. 이제는 상승세를 이어갈 일만 남았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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