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마지막 기록’ 전설이 토론토의 ‘승리 요정’ 될까? ‘역대급 빠던’ 기운 받았고, 다음은 ‘끝내기 추억’

[SPORTALKOREA] 한휘 기자= ‘역대급 빠던’의 에너지를 넘겨받아 월드 시리즈에 올라온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2차전에서 ‘끝내기 추억’도 물려받는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25일(이하 한국시각) 토론토와 LA 다저스가 맞붙는 2025 MLB 월드 시리즈 개막을 앞두고 1, 2차전 시구자를 발표했다. 토론토의 홈구장 로저스 센터에서 열리는 만큼, 토론토 구단 역사를 바꾼 인물들이 이름을 올렸다.

오늘 열린 1차전에는 토론토에서만 총 12시즌이나 감독직을 역임하고 1992년과 1993년 두 차례 월드 시리즈 우승을 견인한 시토 개스톤 전 감독이 시구자로 나섰다. 그리고 내일(26일) 진행되는 2차전의 시구자는 바로 조 카터다.
카터는 1980~90년대 MLB에서 활약한 우타 외야수다. 타율이 높지 않고 수비력도 불안하지만, 매 시즌 30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펀치력과 꾸준히 많은 타점을 쓸어 담을 수 있는 ‘클러치 히터’ 본능을 갖췄다.
토론토에는 1991년 합류해 7시즌을 뛰며 5번이나 올스타에 선정될 만큼 전성기를 구가했다. 카터가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때려낸 203개의 홈런은 현재도 구단 통산 최다 홈런 5위에 해당하는 의미 있는 기록이다.
그런데 카터가 월드 시리즈 시구에 나설 정도로 토론토에 의미를 갖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앞서 언급한 ‘클러치’ 능력을 월드 시리즈라는 중요한 순간에 발휘해 팀의 우승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카터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한 1993년 월드 시리즈에서 주전 우익수로 6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부진했던 카터는 월드 시리즈에 오자마자 첫 4경기에서 전부 안타를 쳐내는 등 타율 0.353(17타수 6안타) 1홈런 4타점 OPS 0.904로 활약했다.
하지만 5차전에서 안타 없이 침묵하며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시리즈 전적 3승 2패인 상태로 나선 6차전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다. 토론토도 7회 초에만 5점이나 내줬다. 5-6으로 밀리던 가운데 9회 말의 막이 올랐다.
그런데 필라델피아 좌완 마무리 투수 미치 윌리엄스가 흔들리며 1사 1, 2루 상황이 나왔다. 그리고 타석에 선 카터가 윌리엄스의 5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토론토가 8-6으로 이겼다. 월드 시리즈 우승이 완성됐다.

월드 시리즈 자체를 마무리하는 끝내기 홈런은 1960년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빌 매저로스키 이후 처음이었다. 그리고 카터의 이 홈런을 끝으로 ‘월드 시리즈 끝내기 홈런’은 32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이렇게 카터는 보기 드문 진기록을 세움과 동시에 토론토 구단 역사에 영원히 자신의 이름을 새기게 됐다. 당연히 토론토도 카터를 팀의 ‘레전드’로 대우하고 있다. 토론토가 카터의 홈런 이후 처음으로 월드 시리즈를 밟았으니, 카터가 시구자로 초청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토론토는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아메리칸리그(AL)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레전드’를 시구자로 초청해 승리의 기운을 넘겨받았다. 2승 3패로 몰린 6차전에서 2010년대 토론토의 4번 타자로 활약한 호세 바티스타를 초청한 것이다.
바티스타는 2015년 디비전 시리즈에서 5차전 승리를 만드는 역전 홈런을 치고 MLB 전체에 충격을 안긴 ‘배트 플립’을 작렬했다. 바티스타의 힘을 받았는지 토론토는 6, 7차전을 내리 따내고 극적으로 월드 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토론토는 1차전을 잡고 분위기를 바짝 끌어 올렸다. 그런 가운데 초청한 32년 전의 ‘전설’이 선수들에게 끝내기의 추억을 물려주며 ‘승리 요정’이 될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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