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100억’ 가능? WAR로 계산해 보았다…오지환 따라가면 ‘물음표’, 심우준 따라가면 ‘느낌표’

[SPORTALKOREA] 한휘 기자= 올해 FA ‘내야수 최대어’ 박찬호(KIA 타이거즈)는 과연 ‘100억 클럽’에 가입할 수 있을까.
2014년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박찬호가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 기나긴 담금질을 거쳐 2022시즌부터 조금씩 재능이 꽃피기 시작했고, 2023시즌 ‘3할 유격수’로 도약하면서 전성기를 열었다.
KBO 수비상 2연패를 차지할 만큼 탄탄한 수비, 매해 20개 이상의 도루를 기대할 수 있는 주력이 강점이다. 타격은 화려하지 않으나 종합적인 생산성을 판단하는 wRC+(조정 득점 생산력·스포츠투아이 기준) 지표를 보면 최근 3년 내내 평균치인 100을 넘겼다.(114.5-101.9-107.5)

그런 박찬호가 시장에 나오면서 ‘내야수 최대어’ 평가까지 받고 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박찬호가 과연 100억 원대 계약을 따낼 수 있는 선수냐는 것이다.
최근 3시즌 성적이 좋은 데다, 대형 계약이 연달아 터지는 최근 양상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100억 원이 넘는 ‘메가톤급’ 계약을 따내기엔 실속이 많이 부족하다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이 논쟁에 따라오는 주된 준거가 바로 최근에 FA 계약을 맺은 유격수들의 수령액이다. 2024시즌을 앞두고 원소속팀과 재계약한 오지환(LG 트윈스), 그리고 2025시즌을 맞이해 새 팀을 구한 심우준(한화 이글스)이 따라온다.
이에 박찬호가 정말로 100억 원이 넘는 계약을 따낼 수 있는지,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가 산정한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지표를 활용해 간단한 계산식을 세워 측정해 보았다. 오지환과 심우준, 이 2명의 선수가 만든 선례를 바탕으로 한다.


계산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선수가 맺은 FA 계약을 ①연평균 수령액(AAV)으로 환산했다. 그리고 계약 직전 4년 동안 기록한 WAR을 ②144경기당 WAR로 변환, 이를 기반으로 1WAR당 얼마의 가치를 인정받았는지 계산(①÷②)했다.
오지환은 6년 124억 원에 계약했으므로 AAV는 약 20억 6,700만 원이다. FA 계약 직전 4년(2020~2023) 누적 WAR은 21.38이다. 이를 543경기에 걸쳐 쌓았으므로 144경기당 WAR 5.67을 기록한 셈이다.
따라서 LG는 144경기 평균 5.67의 WAR을 기대하고 20억 6,700만 원을 투자한 셈이 된다. 이를 1WAR당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억 6,500만 원이다.


다음은 심우준이다. FA 계약 직전인 2023년부터 2024년 중순까지 군 복무를 수행했음을 고려해 오지환보다 넓은 FA 직전 4년 반(2019~2022, 2023 후반기) 기간의 WAR을 산정했다.
심우준은 4년 50억 원에 계약했으므로 AAV는 12억 5,000만 원이다. 계약 직전 4년 반 606경기에서 누적 WAR 7.50을 쌓았다. 이를 144경기당 WAR로 환산하면 1.78이 된다.
한화는 144경기 평균 1.78의 WAR을 기대하고 12억 5,000만 원을 투자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1WAR당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7억 200만 원이다. 오지환과는 거의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박찬호는 어떨까. 박찬호는 최근 4시즌 간 528경기에서 15.18의 WAR을 쌓았다. 144경기당 WAR로 환산하면 4.14다. 그렇다면 이 4.14의 WAR에 연평균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오지환과 동일하게 1WAR당 3억 6,500만 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박찬호의 AAV는 약 15억 1,100만 원이 된다. 이 경우 7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따내야 ‘100억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심우준의 사례대로 1WAR당 7억 200만 원을 받으면 AAV가 무려 약 29억 600만 원까지 오른다. 이렇게 되면 4년 계약만 따내도 너끈히 총액 100억 원을 넘어설 수 있다.

다만 심우준의 사례는 조금 주의해서 봐야 한다. 계약 시점에서 만 29세로 젊은 편이었고, 한화의 유격수 자원 부족 문제가 있었으며, 수도권에서 생활하던 선수를 지방 구단이 데려가기 위해 돈을 더 쓴 측면도 있다.
이를 종합해 팬들이나 전문가나 심우준의 계약이 ‘오버페이’라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하는 만큼, 박찬호가 그 정도의 대우를 받을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대신 계약 시점에서 만 30세에 불과하다. 오지환이 재계약 후 첫 번째 시즌(2024년)에 만 34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플러스 요인’이다.
따라서 ‘가상의 중간값’으로 오지환과 심우준의 평균치인 1WAR당 5억 3,350만 원을 임의로 책정해 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환산하면 박찬호의 AAV는 약 22억 800만 원이 된다. 통상적인 4년 계약으로는 ‘100억 클럽’에 가입할 수 없고, 5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따내야 한다.

이렇게 오지환과 심우준의 선례를 바탕으로 박찬호의 계약 규모를 예상해 보았다. 물론 본문에서 진행한 계산은 WAR이라는 지표 하나만 활용한 만큼 한계도 분명하다. 구단이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가치, 구단 내부 사정 등에 따라 몸값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확실한 사실은 앞선 사례들로 비추어 보아 박찬호가 100억 원대 계약을 거머쥘 가능성이 ‘0’은 아니라는 것이다. 올겨울 스토브리그의 ‘뜨거운 감자’는 과연 차기 시즌 무슨 유니폼을 입고 우리를 찾아오게 될까.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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