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老감독의 승부수, '평균자책점 36.00'은 마무리로, '4관왕' 에이스는 불펜 대기조로?

[SPORTALKOREA] 김지현 기자= 승부의 한가운데서 김경문 한화 감독의 선택은 예상을 벗어났다.
한화는 지난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4-7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2승 2패, 벼랑 끝 5차전으로 내몰렸다. 이날 패배의 중심에는 불안한 불펜 운용이 있었다.
선발 정우주는 3⅓이닝 무실점으로 막으며 안정적인 출발을 보여줬다. 5회 초에는 문현빈의 3점 홈런이 터지며 한화가 4-0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6회 말부터 모든 것이 틀어졌다. 네 번째 투수 황준서가 선두타자 김지찬에게 3루타를 허용하자, 한화는 곧바로 김서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서현은 올해 정규시즌 69경기에서 33세이브를 기록하며 리그 단독 2위를 차지한 차세대 마무리였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평균자책점이 5.68로 급등하며 흔들렸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SSG전에서는 5-2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속 홈런을 맞으며 끝내기 패배를 허용, 리그 1위 자리를 빼앗긴 뼈아픈 기억이 있다. 불안감은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졌다. 지난 18일 삼성 1차전에서 ⅓이닝 2실점으로 무너졌던 김서현은 4차전에서도 같은 악몽을 반복했다.

6회 말 무사 1, 3루에서 등판한 김서현은 구자욱에게 좌전 적시타를 내준 뒤, 김영웅에게 동점 스리런을 맞았다. 이후 볼넷 두 개를 더 내주며 결국 강판됐다. 한화 벤치는 한승혁을 올렸다. 그 역시 불안했다. 7회 말 1사에서 구자욱에게 몸에 맞는 공, 르윈 디아즈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지만 김경문 감독은 교체 없이 그대로 밀어붙였다. 결과는 역전 3점 홈런.
이날 경기에서 한화의 특급 선발 코디 폰세가 불펜에서 몸을 풀었지만 벤치는 그를 경기에 내보내진 않았다. 그는 정규시즌 17승 1패 평균자책점 1.89, 탈삼진 252개로 KBO 외국인 투수 최초 4관왕(다승·승률·탈삼진·평균자책점)을 달성한 에이스였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흔들리는 투수에게 끝까지 마운드를 맡겼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김서현의 공이 나쁘지 않았다. 자꾸 맞다보니 본인이 위축돼서 그렇지 공 자체는 좋았다"며 "5차전에서도 김서현이 마무리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평균자책점 36.00의 투수를 다시 마무리로 예고한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또 한 번 모두의 예상을 뒤집는 결단을 내렸다.

한화는 이제 물러설 곳이 없다. 폰세는 5차전 선발로 나서며 한화의 마지막 희망을 짊어진다. 그는 23일 제12회 BNK부산은행 최동원상의 수상자로 선정되며 시즌 최고의 투수로 공인받았다. 정규시즌 내내 KBO 역사에 남을 기록을 세운 폰세가 운명의 5차전에서 어떤 투구를 보여줄지, 그리고 김경문 감독의 ‘뚝심’이 기적을 만들지 야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