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 한화 제안도 거절했던 '히어로즈 일편단심' 홍원기 前 감독, "어느 팀이든 OK, 보직 상관 없어" …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17년간 몸담았던 히어로즈를 떠난 홍원기 전 감독이 현장 복귀를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홍원기는 최근 유튜브 채널 ‘스톡킹’에 출연해 히어로즈를 떠난 뒤 야인으로 지낸 근황을 전했다. "30년 만에 처음 쉬어보는 거다. 7월부터 바깥출입을 잘 안하고 집에서만 지냈다. 외부인들과 접촉을 자제했다"라고 밝힌 그는 "시즌이 끝났기 때문에 이제 조금씩 움직이고 내년에 해야 할 일도 그림을 그려야 될 것 같다"라며 현장 복귀 의사를 드러냈다.
1996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그는 두산 베어스(1999~2005), 현대 유니콘스(2006~2007)까지 3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현역에서 물러난 뒤 2008년 우리 히어로즈 전력분석원을 맡으며 프런트 업무를 경험한 그는 2009년 히어로즈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주루코치, 수비코치, 수석코치 등을 역임한 홍원기는 2021년 키움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부임 첫해부터 팀을 5위에 안착시키며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2년 차였던 2022년에는 정규시즌 3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홍원기는 2022시즌 종료 후 3년 14억 원의 조건으로 재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선수 유출과 부상 악재 등에 시달린 키움은 2023년과 2024년 최하위에 머물렀다.
김혜성마저 미국으로 떠나 더욱더 선수층이 얇아진 키움은 올해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키움은 올해도 전반기를 10위로 마치자, 지난 7월 14일 홍원기 감독을 비롯해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를 모두 해임했다.
홍원기는 "작년, 재작년도 최하위를 했기 때문에 '올해는 무조건 최하위를 벗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었다"라며 "부상 선수들도 있고 투수 쪽에서 어려움이 있다 보니 불안감이나 책임감이 많았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제 손을 거치고 히어로즈를 거쳤다는 자부심은 있다"라며 "5년 동안 감독을 한 것은 운도 굉장히 좋았고, 한국시리즈 준우승도 해봤다. 후회 없이 (감독을) 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사실 홍원기는 키움에서 지휘봉을 잡기 전 '친정 팀' 한화로부터 여러 차례 제안을 받았다. ‘스톡킹’에 함께 출연한 정민철 해설위원은 "내가 (한화) 단장 때 홍원기 감독을 모시려고 오고초려를 했는데도 키움을 못 떠나더라. 그러더니 감독이 됐다"라고 털어놨다.
홍원기는 "지도자 생활을 히어로즈에서 시작했고 팀 탄생을 함께 했기 때문에 떠나는 결정을 하기 어려웠다. 같이 지냈던 선수들이 계속 눈에 밟혔다"라며 한화의 제안을 거절하고 키움에 남은 이유를 밝혔다.
지난 7월 해임이 결정된 뒤 홍원기는 SNS를 통해 "이제는 야구장 밖에서, 조금 멀리서 이 팀을 지켜보려 한다. 그래도 마음만은 여전히 그라운드를 향해 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그날은 한 명의 팬으로서 누구보다 큰 박수를 보낼 것"이라며 키움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짧은 휴식기를 가진 홍원기는 현장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어느 팀이 됐든 일단 현장을 들어가는 것은 굉장히 축복받은 일"이라고 밝힌 그는 "(감독이나 코치나) 보직은 상관 없다. 예전에는 최고 정점인 감독을 그만두고 나서 다른 팀 수석코치나 다른 보직을 고사하곤 했다. 메이저리그도 그렇고 요즘은 감독을 했다가 파트 코치도 한다. 나는 평생 야구를 해왔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게 가장 행복하지 않을까"라고 말하며 다시 야구인으로 돌아가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현재 KBO리그 10개 구단 감독직은 모두 자리의 주인이 있다. 정규시즌 우승 팀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재계약이 유력하다. 지난해 8위에서 올 시즌 2위로 도약한 한화 김경문 감독의 입지도 탄탄하다. 3위를 기록한 SSG 랜더스 이숭용 감독은 지난 9월 최대 3년 재계약을 맺었다.
계약 마지막 해인 삼성 박진만 감독은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이어 올 시즌도 팀을 플레이오프 무대까지 이끌었다. '초보' 이호준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첫해 NC를 5위에 올려놨다. 6위 KT 위즈 이강철 감독과 7위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아직 계약 기간이 한 시즌(2026) 남아있다. 8위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지난해 통합 우승을 달성한 뒤 3년 26억 원의 최고 대우로 재계약을 맺은 바 있다.
지난 6월 도중 이승엽 감독이 물러난 뒤 조성환 감독 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친 9위 두산 베어스는 최근 야인으로 지내던 김원형 감독을 영입했다.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키움은 설종진 감독 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선임했다. 감독 자리가 포화 상태인 가운데 현장 복귀를 바라는 홍원기는 과연 어느 팀에서 어떤 보직으로 다시 그라운드를 밟게 될까.

사진=뉴시스, 키움 히어로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