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선진 야구의 품격인가? "우리는 선수단 구성에 비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냈어" 아쉬운 선택에도 박수…

[SPORTALKOREA] 이정엽 기자=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그토록 꿈꿨던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으나 댄 윌슨 시애틀 매리너스 감독을 비난하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적어도 시애틀 팬들 사이에선 말이다.
시애틀은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7차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3-4로 패했다.

이날 1회 초부터 선제 득점을 올린 시애틀은 1회 말 곧바로 동점을 허용했으나 3회와 5회 훌리오 로드리게스와 칼 랄리가 홈런포를 가동해 3-1까지 격차를 벌렸다. 이대로라면 시애틀의 승리가 유력했다.
시애틀은 5회 구위가 좋았던 조지 커비를 내리고 브라이언 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정규 시즌에선 1선발 에이스였던 우는 포스트시즌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진 뒤 불펜으로 활약 중이다. 컨디션을 끌어올린 그는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제 몫을 다했다.

우의 구위가 심상치 않자 윌슨 감독은 7회에도 우를 투입했다. 종전까지 필승조였던 맷 브래쉬, 게이브 스피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우를 7회까지 끌고 간 뒤 8회부터 마무리 안드레스 무뇨스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우는 7회 선두 타자 에디슨 바저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아이제아 카이너 팔레파에게 중전 안타를 맞아 무사 1, 2루에 몰렸다. 이어 안드레스 히메네스가 희생 번트에 성공하자 윌슨 감독은 투수 교체 사인을 냈다. 그리고 바뀐 투수는 무뇨스가 아닌 에두아르도 바자르도였다.
시리즈 전까지 바자르도의 우타자 상대 피OPS는 0.492에 불과했다. 극강의 모습을 보였기에 윌슨 감독은 믿음을 갖고 조지 스프링어(우)-네이선 룩스(좌)-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우)를 상대하게 했다. 누가 봐도 스프링어와 게레로 주니어만 막으면 승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자르도가 던진 시속 96마일(약 154.5km) 싱커가 복판으로 몰렸고, 스프링어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역전 3점 홈런으로 연결되며 결국 이는 결승점이 됐다.

경기 후 일각에서는 최고의 투수인 무뇨스를 7회 위기 상황에서 투입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냐는 의견이 나왔다. 7회 1사 2, 3루 상황이 최고의 승부처였으며 토론토에서 가장 강한 타선이 등장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또 무뇨스는 스프링어를 상대한 적이 없기에 타자가 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그러나 이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였다. 바자르도가 윌슨의 예상대로 7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면 이는 최고의 선택으로 칭찬받아 마땅한 결과였다. 또 무뇨스 역시 실점을 기록할 수 있다.
경기 후 시애틀 팬들은 윌슨의 결정에 대해 비판 대신 격려를 보냈다. 시애틀의 한 팬은 미국 커뮤니티 '레딧(Reddit)'을 통해 "우리는 선수단 구성에 비해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고, 다른 인물은 "성공과 마찬가지로 실패 역시 노력의 결과"라며 "윌슨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지만, 그가 공을 직접 던지는 선수는 아니다"라며 감독의 잘못을 감쌌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