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 긍정적인 의미로! ‘KKKKKK→4이닝 삭제’ 1차전 이어 또 MVP까지…라팍 지배한 ‘대전왕자’ 쾌투 [PO 3차전…

[SPORTALKOREA] 한휘 기자= 그야말로 ‘미쳤다’라는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호투였다.
한화 이글스 문동주는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플레이오프 3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 출전해 4이닝 2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문동주에게 주어진 임무가 막중했다. 3회까지 호투하던 선발 투수 류현진이 4회에 와르르 무너지며 4점을 내줬다. 그나마 타선이 5점을 뽑아 리드를 점한 가운데 구원 등판한 김범수가 흔들리면서도 5회는 막아냈지만, 6회 선두타자 김영웅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자칫 주자가 쌓이면 분위기가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 한화 벤치는 사전에 예고한 대로 문동주를 필승조로 기용했다. 그리고 공기의 흐름이 달라졌다. 문동주의 공이 삼성 타자들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동주는 이재현과 김태훈을 연속 삼진으로 잡으며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이어 강민호까지 2루수 땅볼로 정리해 깔끔하게 이닝을 지워냈다. 7회에는 안타와 볼넷, 폭투로 2사 2, 3루 위기에 놓였으나 ‘50홈런 타자’ 르윈 디아즈를 중견수 뜬공 처리하고 포효했다.
문동주의 쾌투는 멈추지 않았다. 8회 선두타자 김영웅의 안타와 이재현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상황에 놓였으나 김태훈과 강민호를 전부 삼진 처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 9회에도 등판해 연속 삼진을 잡아내더니 김성윤을 2루수 땅볼로 잡고 경기를 손수 끝내버렸다.
‘완벽’은 아니었으나 완벽에 가까운 쾌투였다. 한화는 마무리 투수 김서현이 1차전에 급격히 흔들리며 뒷문에 불안감이 감돈 상황이었다. 오늘도 원정에서 1점 차인 만큼 마무리에게 부담이 큰 상황이었는데, 문동주가 끝까지 던지며 문제를 지워버렸다.

올해 문동주는 정규시즌 24경기(23선발) 11승 5패 평균자책점 4.02로 선전했다. 평균자책점은 ‘커리어 하이’이자 신인왕을 따냈던 2023시즌(3.72)보다 높았지만, 그 때보다 볼넷은 줄고 삼진은 무려 135개로 늘리며 세부 지표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뤄냈다.
그런 문동주가 가을야구 들어 불펜의 ‘키맨’으로 전직했다. 1~3선발이 탄탄한 만큼 4선발인 문동주가 불펜에서 강속구를 앞세워 상대 타자들을 제압하면 마운드 운용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구상은 절반만 들어맞았다. 코디 폰세는 6이닝은 채웠으나 6실점으로 흔들렸고, 라이언 와이스와 류현진은 5회도 못 채웠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오히려 2승 1패로 우위를 점한 데는 문동주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문동주는 1차전에서도 팀이 2점 차로 앞서던 7회 초 구원 등판했다. 최고 161.6km/h의 속구를 뿌리며 2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해 홀드를 수확했다. 그러더니 이번 경기에서는 홀로 4이닝을 책임진 것이다.
이날 문동주는 승리 투수가 됐다. 일반적으로는 류현진에 이어 한화가 앞선 가운데 등판한 김범수가 구원승을 가져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하지만 기록원 재량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투구를 한 선수에게 구원승을 줄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문동주에 승리가 기록됐다.
1차전에서 이미 데일리 MVP에 선정됐던 문동주는 3차전에서도 수상에 성공했다. ‘라팍’을 지배한 ‘대전왕자’의 활약에 한화도 먼저 2승을 선점했다. 이 분위기를 이어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도 달성할 수 있을까.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