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년 역사상 최고 기록 달성’ 팀은 탈락했지만, 랄리는 본인 몫을 다 했다…가을에만 5홈런 폭발, MVP도 가져갈까

[SPORTALKOREA] 한휘 기자= 시애틀 매리너스는 아쉽게 월드 시리즈에 닿지 못했다. 하지만 칼 랄리의 퍼포먼스는 박수받아 마땅했다.
랄리는 21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2025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ALCS) 7차전 경기에 2번 타자 포수로 출전했다. 경기 기록은 3타수 1안타(1홈런) 1볼넷 1타점.
5회 초 3번째 타석에서 쳐낸 유일한 안타가 홈런이었다. 선두타자로 타석에 선 랄리는 토론토 2번째 투수 루이 발랜드의 2구째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린 것을 놓치지 않았다. 쭉 뻗은 타구는 그대로 우측 담장을 넘어 시애틀 불펜에 떨어졌다.
랄리의 올해 포스트시즌 5번째 홈런. 타구 속도 시속 102.1마일(약 164.1m), 비거리 381피트(약 116.1m)가 기록됐다. 2-1로 앞서던 시애틀은 이 한 방으로 2점 차로 격차를 벌렸다. 이 시점에서 시애틀의 승리 확률은 76.1%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랄리는 웃을 수 없었다. 7회 말 조지 스프링어의 역전 스리런 홈런이 나오며 반대로 시애틀이 궁지에 몰렸다. 9회 초 한 타자만 출루하면 랄리의 타석이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토론토 마무리 제프 호프먼이 삼자범퇴로 경기를 끝냈다.
이리하며 시애틀은 시리즈 전적 3승 4패로 토론토에 패퇴하며 월드 시리즈 문턱에서 좌절했다. 1977년 리그 참가 이래 한 번도 월드 시리즈를 가보지 못한 시애틀은 이번 ALCS에서 3승 고지를 먼저 선점했지만, 원정에서 2경기를 내리 패해 눈물을 삼켰다.

비록 시애틀의 꿈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으나 랄리의 활약은 박수받아 마땅했다. 올해 정규시즌 빼어난 활약으로 AL MVP 후보로 꼽히는 랄리는 포스트시즌에서 더 완성도 높은 활약을 선보이며 팀을 진두지휘했다.
지난해까지 한 방이 있는 ‘수비형 포수’에 가까웠던 랄리는 올해 159경기에서 타율 0.247 60홈런 125타점 OPS 0.948로 펄펄 날며 AL 홈런-타점 2관왕을 차지했다. 특히 MLB 역사상 최초로 포수 포지션의 선수가 50홈런 넘게 때려내는 진기록도 세웠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의 랄리는 더 위협적이었다. 12경기에서 타율 0.304(46타수 14안타) 5홈런 8타점 OPS 1.081로 맹타를 휘둘렀다. 올해 포스트시즌 홈런 순위 2위에 마크된 채로 시즌을 마감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홈런을 쳐내며 ‘클러치 히터’의 면모도 보였다. 특히 ALCS 들어서 더 빛났다. 1차전과 5차전에서 팀을 구해내는 동점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이는 시애틀의 역전승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활약으로 랄리는 신기록도 세웠다. 125년 AL 역사상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합산한 연간 최다 홈런은 2022년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64홈런(정규시즌 62+포스트시즌 2)으로 갖고 있었다. 그런데 랄리가 올해에만 65번이나 담장을 넘기며 기록을 바꿨다.


이제 관건은 MVP 수상 여부다.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운 랄리지만, 포스트시즌 활약은 MVP 투표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 오로지 정규시즌 성적으로만 경쟁해야 한다. 그리고 경쟁자는 랄리와 마찬가지로 어마어마한 한 해를 보낸 저지다.
랄리가 수상에 성공하면 시애틀 선수로는 2001년 스즈키 이치로 이후 24년 만에, 포수로는 2009년 조 마우어(당시 미네소타 트윈스) 이후 16년 만에 AL MVP를 석권하게 된다. 과연 탈락의 아픔을 개인상으로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