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68억 먹튀’는 결국 감독이 될 수 없었다…‘703홈런 전설’ 푸홀스 LAA 부임 불발, 타 구단으로 가나

[SPORTALKOREA] 한휘 기자= 메이저리그(MLB) 역사에 이름을 새긴 ‘레전드’의 첫 감독 면접 결과는 ‘불발’이었다.
21일(이하 한국시각) 현지 매체 ‘뉴욕포스트’의 존 헤이먼에 따르면, 알버트 푸홀스는 LA 에인절스 감독 부임을 두고 구단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논의를 중단하고 감독직을 맡지 않기로 했다.

에인절스는 최근 2시즌 간 팀을 지휘한 론 워싱턴 전 감독이 성적 부진과 고령에 따른 건강 악화 등으로 인해 얼마 전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해 사령탑 자리가 비어 있다. 이 자리를 채울 ‘최우선 후보’가 바로 푸홀스였다.
하지만 부임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헤이먼에 따르면, 푸홀스와 에인절스는 계약 기간과 연봉 규모, 코치진 인선 등 세밀한 부분까지 논의를 나눴으나 대부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푸홀스는 21세기 MLB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우타자였다. 2001년 데뷔해 22시즌간 빅리그를 누비며 통산 3,080경기 타율 0.296 3,384안타 703홈런 2,218타점 1,914득점 1,373볼넷 OPS 0.918을 기록했다.
MLB 역사상 단 4명, 특히 우타자 가운데는 행크 애런 한 명만이 달성한 통산 700홈런 고지에 올랐고, 타점 역시 베이브 루스를 넘어 역대 2위에 자리했다. 푸홀스가 기록한 통산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팬그래프 기준)은 89.9로 21세기 데뷔 선수 가운데 1위다.
2022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푸홀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보내고 있다. MLB 커미셔너 특별 보좌로 활동함과 동시에 지난해에는 도미니카공화국 프로야구 리그(LIDOM)의 레오네스 델 에스코히도에서 처음으로 감독직을 맡았다.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도미니카공화국 대표팀을 지휘할 예정이다. 그런 가운데 MLB에서도 푸홀스를 차기 감독으로 선임하려는 러브콜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그런데 처음으로 감독직을 제안한 팀이 에인절스라는 점에서 놀란 팬들이 적지 않았다. 굳이 따지면 푸홀스와 에인절스는 ‘악연’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아픈 기억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이른바 ‘아름다운 10년’을 보낸 푸홀스는 2011시즌 후 FA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에인절스와 10년 총액 2억 4,000만 달러(약 3,425억 원)에 계약했다. 몸값이 올라간 지금은 이보다 큰 계약도 나오고 있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여기에 은퇴 후 10년간 에인절스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총 1,000만 달러(약 143억 원)의 임금을 수령한다. 이를 합치면 에인절스 구단에서만 누적 2억 5,000만 달러(약 3,568억 원)의 거액을 받는 셈이다.

하지만 에인절스 시절 푸홀스는 MLB 최악의 ‘먹튀’로 전락했다. 세인트루이스 시절 연평균 타율 0.328 41홈런 121타점 OPS 1.037을 기록하던 선수가 이적 후 10년 평균 타율 0.256 23홈런 82타점 OPS 0.758이라는 평범한 선수로 추락한 것이다.
오히려 2021시즌 중 에인절스를 떠난 뒤 LA 다저스를 거쳐 친정 세인트루이스로 복귀한 뒤로는 좋은 타격감을 선보였다. 오롯이 에인절스 한 구단에서만 심각하게 부진했다. 2010년대 이후 이어지는 팀의 암흑기의 원인이 된 셈이다.
그런 푸홀스가 MLB 감독 데뷔를 에인절스에서 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팬들은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다만 결과적으로 협상이 결렬되며 ‘최악의 먹튀’가 감독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푸홀스는 에인절스 외에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과 접촉하고 있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과연 ‘전설’의 사령탑 데뷔는 어느 팀에서 이뤄질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