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MLB 통산 3G 신인이 이런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다니…토론토 역대 2위 등극, WS행 희망 안겼다

[SPORTALKOREA] 한휘 기자= 메이저리그(MLB) 통산 3경기만 뛴 신인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침착함이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트레이 예세비지는 20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2025 MLB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ALCS) 6차전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2회까지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한 예세비지는 팀이 2-0으로 앞서던 3회부터 조금씩 흔들렸다. 볼넷 2개와 안타로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그런데 타석에 선 ‘MVP 유력 후보’ 칼 랄리를 3-6-1 병살타로 잡는 기염을 토하며 위기를 지워버렸다.
타선이 2점을 더 뽑아 4점 차가 됐으나 4회에도 위기에 직면했다. 안타 2개에 폭투, 볼넷이 겹쳤다. 또 1사 만루가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J.P. 크로포드를 깔끔한 4-6-3 병살타로 정리했다. 2이닝 연속해서 만루 위기를 병살타로 넘겼다.
5회에도 1사 1루에서 훌리오 로드리게스를 6-4-3 병살타로 잡아내며 3이닝 연속 병살타를 유도하는 진기록을 선보였다. 다만 6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2사 후 조시 네일러에게 추격의 솔로포를 맞았고, 이어 랜디 아로사레나에게도 안타를 맞았다.
예세비지의 등판은 여기까지였다. 마운드를 내려가며 로저스 센터의 홈 팬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예세비지에 보냈다. 이어 등판한 루이 발랜드가 승계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으나 더 무너지진 않았다. 토론토도 6-2로 이기며 예세비지는 승리 투수가 됐다.

2이닝당 3명씩 주자를 내보낸 셈이니 마냥 안정적인 등판은 아니었다. 하지만 득점권에서 연달아 병살타를 유도하는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덕분에 토론토도 탈락 위기를 딛고 시리즈 전적 3승 3패를 만들며 승부를 7차전까지 끌고 갔다.
이렇게 호투를 펼친 예세비지는 불과 수개월 전만 하더라도 싱글A에서 뛰고 있던 선수다. 나이는 고작 만 22세. 기대할 만한 유망주는 맞았으나 마이너에서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육성해야 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싱글A에서 하이싱글A, 더블A를 거치더니 트리플A까지 ‘쾌속 승격’했다. 그리고 9월 16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을 앞두고 MLB의 부름을 받았다. ‘싱글A리거’가 몇 달 새 빅리거가 된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탬파베이와의 2차례 등판에서 도합 10이닝 14탈삼진 1실점이라는 어마어마한 호투를 선보인 것이다. 이에 토론토는 MLB 예세비지를 뉴욕 양키스와의 AL 디비전 시리즈(ALDS) 로스터에 포함했다.
맥스 슈어저라는 검증된 베테랑이 있었음에도 예세비지가 선택됐다. ALDS 2차전 선발 투수로 낙점하기까지 했다. MLB 통산 3경기 이하로 출전한 선수가 포스트시즌 선발로 나선 것은 역사상 3번째였다.
놀랍게도 예세비지는 양키스의 강타자들을 상대로 5⅓이닝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 ‘노히트’ 투구를 선보이며 전미에 충격을 안겼다. 토론토가 양키스를 무난히 제압하고 ALCS에 올라온 데는 예세비지의 역할이 컸다.

예세비지는 지난 14일 ALCS 2차전에서 4이닝 5실점으로 부진하며 한계에 봉착하는 듯했다. 하지만 2번의 실패는 없었다. 돌아온 기회에서 더 발전한 모습을 시애틀 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았다.
이번 경기 결과로 예세비지의 올해 포스트시즌 탈삼진 수는 22개가 됐다. 이는 2015년 데이비드 프라이스(23탈삼진)에 이은 토론토 투수의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삼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렇게 인상적인 투구를 이어가는 예세비지 덕에 토론토도 7차전이라는 ‘코인’을 얻었다. 과연 신인 투수가 만든 기회를 살려 1993년 이후 첫 월드 시리즈 무대에 나설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