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태인’ 칭호 생길 줄 누가 알았을까…‘가을 역적’ 칭호 부숴버린 연속 쾌투, 올가을 최고의 ‘반전 드라마’

[SPORTALKOREA] 한휘 기자= ‘가을 역적’이라는 비칭으로까지 불리던 선수가 이런 ‘반전’을 만들 줄 누가 알았을까.
삼성 라이온즈 최원태는 1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플레이오프 2차전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1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1회에는 불안했다. 1사 후 루이스 리베라토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2회에도 안타와 폭투, 볼넷이 겹쳐 1사 1, 2루 실점 위기에 직면했다. 그나마 최재훈과 심우준을 연달아 땅볼 처리하며 추가 실점은 막았다.
하지만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3회와 4회, 5회 모두 주자 1명만 1루까지 내보냈을 뿐 불이 더 번지는 것을 막아냈다. 6회에는 이날 경기 처음으로 삼자범퇴를 달성했다. 7회에도 올라오더니 한화의 연이은 대타 카드를 무력하게 만드는 삼자범퇴 투구를 선보였다.
최원태의 호투에 타선도 3회 4득점, 4회 1득점으로 응답했다. 결국 삼성이 7-3으로 이기면서 전날 1차전 패배를 설욕하고 시리즈를 1승 1패 원점으로 돌렸다. 이제 안방인 대구로 돌아가는 만큼 또 한 번의 ‘업셋’도 도전해 봄 직하다.

와일드카드부터 연이은 상승세를 선보이고 있는 삼성의 중심에 최원태가 있다. 넥센-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최원태는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4년 총액 70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투수 보강이 급한 삼성이 큰 투자를 했지만, 전성기를 구가하던 키움 시절과 달리 LG 이적 후 다소 부침을 겪은 데다 시즌 후반기와 포스트시즌 들어 유독 부진한 모습을 매번 보인 탓에 ‘오버페이’ 아니냐는 우려도 뒤따랐다.
실제로 정규시즌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27경기(24선발) 124⅓이닝 8승 7패 평균자책점 4.92를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 대형 FA 계약을 맺은 선수들과 비교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곤 하나 돈값을 했다고 보긴 힘들었다.
여기에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가을 역적’ 기질이 다시 나오는 듯했다. 6일 1차전에 구원 투수로 출격했으나 첫 타자에게 곧바로 몸에 맞는 공을 내줬다. 결국 2번째 타자를 다 상대하기도 전에 4구 만에 강판당했다.

이어진 2차전에서는 아예 출전 명단에서 빠졌다. 박진만 삼성 감독의 입을 통해 멘탈이 많이 흔들리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런데 그런 최원태가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투수로 내정됐다. 던질 선수가 최원태뿐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낙담하는 삼성 팬들도 많았다.
반전은 이제 시작이었다. 최원태는 올 시즌 단 한 번도 없던 선발 무실점 투구를 포스트시즌에서 해냈다. 6이닝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개인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이닝 신기록을 세우고 첫 퀄리티스타트(QS)까지 달성했다.
최원태의 호투 덕에 삼성은 1차전을 잡고 유리한 고지에 섰다. 결국 3승 1패로 ‘업셋’까지 완성했다. 최원태가 1차전을 삼성의 승리로 견인한 덕에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를 휘어잡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반전 드라마는 멈추지 않았다. 난적 한화를 상대로도 쾌투를 펼치며 하이 퀄리티스타트(HQS,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최원태의 마지막 HQS는 LG 시절이던 지난해 8월 28일 KT 위즈전(7이닝 1실점)으로, 무려 417일 만이었다.
올 시즌 전까지 무려 11.16이던 최원태의 포스트시즌 통산 평균자책점은 7.58까지 떨어졌다. 올해만 따로 놓고 보면 평균자책점 0.69(13이닝 1실점)로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 이미 ‘최원태인(최원태+원태인)’, ‘코디 폰태(코디 폰세+최원태)’와 같은 긍정적인 새 별명이 줄을 잇는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서는 소위 ‘미쳐 주는 선수’가 있어야 팀이 잘 나간다는 야구계 격언이 있다. 올해 삼성의 ‘미쳐 주는 선수’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최원태다. ‘최원태인’ 카드를 장착한 삼성이 과연 올가을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